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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에 진짜 전성기 맞이한 임진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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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신의 채널에서 배우 손예진과 라운드하는 임진한. [사진 임진한 유튜브]

자신의 채널에서 배우 손예진과 라운드하는 임진한. [사진 임진한 유튜브]

프로골퍼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힘 좋은 20대일까, 감 좋은 30대일까, 경험 많은 40대일까.

한·일 투어서 8승 후 부상 은퇴 #‘레슨의 신’으로 유튜브서 대박 #“배우는 사람 마음으로 들어가야”

64세 임진한 에이지 슈터 골프 스쿨 대표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요즘 너무 바빠서 바늘 꽂을 시간도 없어 보인다. 광고 출연, 골프전문 채널, 유튜브, 유료 채널 해설도 할 계획이다. 방송 다큐에 그의 인생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의 유튜브 ‘임진한클라스’는 골프계의 화제다. 1년 만에 구독자가 25만 명이 넘었다. 게스트가 화려하다. 박인비, 김효주 같은 유명 골퍼 외에도 지진희, 이수근, 김국진, 신동엽 등 연예인이 등장했다. 여성 톱스타는 골프 하는 모습 노출을 꺼리는데, 얼마 전에 손예진도 출연했다.

골프 방송에서 임진한은 ‘레슨의 신’이라 불린다. “수십년간 풀지 못한 스윙 고민을 풀어줬다”며 일반인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임진한은 “배우는 사람 마음에 들어가야 한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볼을 놔준다. 골퍼들은 잘 친 샷의 감각도 금방 잊어버린다. 공을 놓는 짧은 시간에 감을 잃을 수도 있어서 내가 공을 놔준다”고 말했다.

임진한

임진한

임진한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친구 설운도는 가수로, 임진한은 골프로 성공하자고 다짐했다. 둘 다 약속을 지켰다. 스무 살에 프로가 된 그는 1983년과 84년 국내 메이저대회인 PGA선수권에서 연속 우승했다.

그러나 임진한은 침을 잘 못 맞아 복막염으로 3년 반을 쉬어야 했다. 농구 선수 출신인 그의 부인 황영숙 씨는 남편의 선수 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임진한은 다시 일어났다.

임진한은 국내 5승, 해외에서 3승을 거뒀다. 선수 생명이 짧았던 시절 37세 나이에 일본으로 진출한 선수가 이뤄낸 성취로는 대단하다. 임진한은 너무 많은 대회에 참가해 팔꿈치를 다쳤다. 그는 “골프와 인생은 너무나 똑같다. 순탄하게 산 사람이 있는가. 잘 친 게 나쁜 결과가 되기도 하고, 잘못 친 게 결과적으로 잘 되기도 한다”며 “난 연습을 너무 많이 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기도 했고, 나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다들 그런 돌발 상황을 리커버리하면서 가는 것이다. 골프는 실수하는 운동이다. 그 폭을 줄이는 게 기술이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쳤고, 골프 방송에서 레슨 스타가 됐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다시 도약하고 있다. 임진한은 “유튜브는 돈 때문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했다. 그랬더니 고목에 꽃이 피었다”며 웃었다. 그가 60대에 들어 전성기를 달리는 이유다.

후회도 있다. 그의 둘째 딸이 프로 골퍼다. 그러나 선수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중학교 때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우승도 한 유망주였는데 성격이 너무 착했다. 동반자의 보기를 보며 안타까워할 정도로 마음이 약했다. 임진한은 “가족에게 신경 쓴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일부러 내 딸만 빼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게 후회가 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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