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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300만명, 연수입 130억…'릴 미켈라'도 인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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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신한라이프는 금융업계 최초로 TV광고 캠페인에 버추얼 모델(사진)을 활용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 신한라이프]

신한라이프는 금융업계 최초로 TV광고 캠페인에 버추얼 모델(사진)을 활용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 신한라이프]

#. 거제도 구조라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학교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간 김래아(23)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한 후 현재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1월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열린 LG전자의 기자 회견에서 3분간 연설하기도 했다. 화려한‘스펙’을 자랑하는 김씨는 사실 ‘가상 인간’이다. 지난해 LG전자에서 만들었지만 ‘아이폰’을 사용한다. 시작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셈이다.
#. 이달 1일 로지(22)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근두근 공중파 첫 데뷔!”란 글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올렸다. 신한라이프의 광고 영상으로, 이 영상은 7일 현재 조회 수 67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로지 역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의 유명인)’다. 영상 댓글에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전혀 몰랐다”,“어쩐지 춤을 너무 잘 추더라”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춤실력을 뽐내고 있는 가상 인간 ‘로지(ROZY)’. 출처 유튜브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춤실력을 뽐내고 있는 가상 인간 ‘로지(ROZY)’. 출처 유튜브

글로벌 마케팅 비용 빨아들이는 ‘가상 인간’

래아와 로지 같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마케팅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둘 다 인공지능(AI) 기반의 3D(차원)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은 내년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으로 연간 150억 달러(17조원)를 쓸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 자료를 인용해 올해 대비 증가한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이 가상의 인플루언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험 광고로 대박난 가상 인간 '로지' #자동차ㆍ식품 광고도 휩쓴다

‘릴 미켈라’ SNS, 게시물당 광고비 1000만원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왼쪽)'와 '이마(IMMA)' [사진 릴 미켈라·IMMA 인스타그램]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왼쪽)'와 '이마(IMMA)' [사진 릴 미켈라·IMMA 인스타그램]

실제 버추얼 인플루언서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 수(약 300만명)를 보유한 ‘릴 미켈라’는 지난해에만 1170만 달러(13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 게시물 하나의 가격만 8500달러(약 1000만원)를 받고 있는 데다 샤넬ㆍ프라다ㆍ버버리ㆍ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도 맡았다. 일본 최초의 버추얼 모델인 ‘이마’는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의 하라주쿠 매장에서 3일간 먹고 자고 요가 하며 생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가상 인간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지난해 초부터 가상 인간 개발에 나선 LG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SNS를 통해 활동을 시작, 올해 CES 2021에서 공개했다. 로지는 콘텐트 전문 기업인 로커스의 자회사인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이다. 지난해 8월 SNS 계정을 통해 실제 인간인 것처럼 활동했고, 12월에서야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지는 광고가 공개된 신한라이프뿐 아니라 국내외 자동차·식품 업체 등과도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시공간 제약 없고 사생활 리스크 없어”

기업들이 마케팅에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제약에서 자유롭고, 모델 관리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진수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이사는 “모델의 컨디션이나 노화,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생각지 못한 구설에 휘말리는 등 사생활에 대한 리스크도 낮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지난해 초부터 개발을 시작해 올 1월 CES 2021에서 공개한 가상 인간 김래아.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지난해 초부터 개발을 시작해 올 1월 CES 2021에서 공개한 가상 인간 김래아. [사진 LG전자]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광고에도 유리하다. 로지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서 만들었다. 태생부터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셈이다. 이성태 신한라이프 브랜드 담당(전무)은 “새롭게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기존의 보험 광고 공식을 깨고 MZ 세대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모델부터 남다른 전략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가상과 현실이 연결되는 ‘메타버스’가 확대되고 가상 공간에서의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며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로 MZ 세대를 공략하고, 디지털 선도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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