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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빌딩 5000원치, 롤렉스 1조각…요즘 이 투자 방법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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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소액으로 하는 대체투자

소액으로 하는 대체투자

20대 직장인 A씨는 서울 강남의 100억원대 빌딩에 투자해 26일 첫 배당금을 받았다. 투자 원금은 5000원, 배당금은 47원이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역삼동 빌딩의 수익증권 공모에 참여해 1주(5000원)를 샀다. 이번 배당금을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3.1%다. A씨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를 이용했다. 카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이용자의 절반 이상(54%)은 20~30대였다.

소액으로 하는 대체투자 인기 #미술품·저작권 여럿이 조각투자 #한정판 물건 되팔아 시세차익도 #기성세대와 다른 틈새투자 포착 #재미+소비 ‘펀슈머’ 성향도 반영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부동산 투자회사(리츠) 주식을 사도 소액으로 국내외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 10여 개 종목의 리츠가 일반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거래된다. 카사나 리츠는 투자한 부동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점에서 비슷하다.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KT엠하우스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되팔기(리셀)하는 플랫폼인 리플을 운영한다. 지난 22일에는 ‘빠른거래’ 기능을 내놨다. 실물을 보내거나 받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소유권만 사고파는 기능이다. 스니커즈 구매자는 앱에서 ‘권리증’을 산 뒤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할 수 있다. 만일 재판매가 안 되거나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최근 리플에선 나이키 운동화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 모델(출시가격 11만9000원)이 38만8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MZ세대 사로잡은 소액 투자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MZ세대 사로잡은 소액 투자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 청년이나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소액 대체투자 상품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KT엠하우스는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리플 이용자의 연령대를 분석했다. 이용자 세 명 중 한 명꼴(33%)은 10대였다. 20대(32%)와 30대(16%)가 뒤를 이었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10~30대가 80%를 넘었다.

한정판 제품을 샀다가 되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는 리셀, 부동산 등에 소액으로 투자해 배당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조각 투자’도 있다. 조각 투자는 여러 명의 구매자가 공동 투자한 뒤 소유권을 조각처럼 나눠 갖는 것이다. 다만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업체에서 개발한 상품에 투자하면 예금자보호법이나 자본시장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네이버(크림)와 무신사(솔드아웃)·롯데백화점(아웃오브스탁) 등도 스니커즈 되팔기 플랫폼을 운영한다. 유명인과 관련한 한정판 제품은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 지난해 8월에는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운동화(21만9000원)가 2000만원대에 거래됐다.

투자와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한 행위)을 병행하는 건 운동화만이 아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인 피스는 이달 초 롤렉스 시계 등에 투자하는 ‘피스 롤렉스 집합 1호’라는 상품을 내놨다. 펀드에서 투자한 제품을 되팔아 수익이 생기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나눠준다. 서울옥션블루는 신한은행과 손잡고 지난 1월 최소 1000원으로 미술품 등을 공동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인 소투를 열었다. 뮤직카우라는 플랫폼에선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에 능숙하고 대체투자의 이해도가 높다”며 “소비·투자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펀슈머(재미+소비자)’ 성향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은 “MZ세대는 부동산·주식 등 기성세대가 짜놓은 질서에선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새로운 돌파구로 접근 가능한 투자처를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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