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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의 위험한 도박…신규 확진 3만명 쏟아져도 마스크 벗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이 앞으로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오히려 방역 고삐를 풀기로 했다. 백신 효과가 나타난 이상 더는 정상 생활 복귀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델타(인도발) 변이 확산 속에 “위험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는 19일 예정대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는 19일 예정대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 규제의 마지막 단계를 예정대로 해제하겠다”며 “이 조치는 오는 19일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은 지난 1월부터 네 단계에 걸쳐 방역 조치를 풀어왔다. 지난 6월 21일 마지막 단계를 해제할 예정이었지만, 델타 변이가 퍼져 일정을 7월19일로 미뤘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일주일 간 최신 데이터를 검토한 뒤 오는 12일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영국은 16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정상 생활로 돌아간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교통·상점 등 실내외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또 스포츠 경기장, 극장, 결혼식·장례식장 등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수용 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입장 시 QR코드 등록도 하지 않는다. 나이트 클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문을 열고, 재택근무 권고도 사라진다. 다만 입국 시 자가격리가 필요한 국가인 ‘황색 국가’에서 온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 면제와 관련해선 추후 발표한다.

지난 3일 영국 런던의 한 술집에서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 유로2020을 응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영국 런던의 한 술집에서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 유로2020을 응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3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 나왔다. 이날도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이 또 한번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정상 생활로의 회귀를 더는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해왔다. 여름과 휴가가 시작되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한다”면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이 다가올 때 규제를 풀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 코로나19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역 조치를 법에 따라 규제하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자신도 붐비는 지하철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다.

특히 존슨 총리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입원과 사망 사례가 낮아지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내세웠다. 영국은 성인 인구 3분의 2가량이 백신 2회 접종까지 마친 상태다. 영국 정부 코로나19 방역 사령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도 “특정 단계 이후에는 규제 해제 시점을 미뤄봤자 추가 사망을 줄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봉쇄 조치와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돌려 달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봉쇄 조치와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돌려 달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와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방역 해제를 선언했던 이스라엘이 다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방역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봉쇄를 해제하는 영국이 “실험실 쥐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있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봉쇄를 해제하면 올겨울 또 한 번 폭발적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퀸메리 대학의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도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감기가 아니다. 어떤 감기가 16개월 만에 40만 명의 사람에게 만성 장애를 남기느냐”면서 “이번 발표는 비윤리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았어도 새로운 변이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의학협회(BMA) 찬드 나그폴 회장은 “그동안 이뤄놓은 방역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중증 환자 수가 이전 대유행보다 적다 하더라도 변이가 변이를 거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항공사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에도 여객기 내에서 승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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