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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재난지원금 80%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라북도 긴급재난지원금 방문 신청을 시작한 5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1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지원된다. [뉴시스]

전라북도 긴급재난지원금 방문 신청을 시작한 5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1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지원된다. [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만 선별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온갖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80대 20으로 나누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불만은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 소득 기준으로는 하위 80%에 속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20억원을 넘거나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비싸고 금융소득이 있어도 은퇴자를 비롯해 근로소득이 없어 먹고살기 힘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월세로 살지만 소득이 많아 제외되는 경우도 논란거리다. 소득은 상위 20%에 들어가지만 월세로 살면서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재산과 소득, 가구원 수 등 개인별로 복잡한 사정을 감안해 다들 수긍할 만한 ‘80% 기준’을 마련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취약계층에 집중 않고 8대2 구도 만들어 #혼선과 갈등 없애려면 합당한 기준 내야

이런 혼란은 재난지원금이 구휼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즉흥적으로 결정된 만큼 충분히 예견된 문제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5월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제시한 배경만 이해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자 기재부는 초안에서 물러나 소득 하위 70%로 대상을 넓혔다. 사실상 마지노선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뜻이 관철되면서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복지 재정을 관리하는 기재부와 복지 전문가들은 지금도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또는 50% 지급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절실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게 구휼이나 복지의 원칙에 부합하고 효과성도 높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가 30%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로 이 원칙을 증명했다.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성 평가는 예산은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집중적으로 몰아줘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시켜 줬다.

이런 전례가 있는데도 민주당은 느닷없이 상위 20%를 제외한 소득 하위 80% 지급 방안을 내놓으면서 혼란을 자초했다. 기준이 자의적이다 보니 소득수준 80% 전후에 분포된 국민은 자신이 재난지원금 대상자인지 아닌지부터 알 길이 없다. 결국 8대2 구도가 되면서 국민은 또다시 편 가르기의 갈등에 놓이게 됐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받아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온갖 단서 조항에 걸려 배제된 ‘상위 20%’ 국민은 세금은 세금대로 많이 내고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 정책에 정치적 셈법을 넣으면 형평과 공정을 무너뜨리고 국민 갈등을 야기할 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재난지원금이라는 취지에 합당한 기준을 제시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