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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개월 아들과 출근한 용혜인 의원이 던진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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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2개월 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본회의장을 지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2개월 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본회의장을 지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용혜인(비례대표) 기본소득당 의원이 유모차에 생후 2개월 아들을 데리고 5일 국회로 출근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나서 자신이 발의한 ‘국회 회의장 아동동반법’ 처리를 촉구했다. 국회 회의장에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와 함께 출입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은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며 “공적 지원을 늘리고 성평등한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수유 필요한 아이와 출입 허용” 촉구 #저출산 대책 세워 이런 게 뉴스 아닌 세상돼야

현역 의원으로는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사례인 용 의원의 이날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2017년 호주 의회 본회의장에서 라리사 워터스 녹색당 부대표는 생후 2개월 딸에게 모유 수유를 했다. 호주 의회가 허용 법률을 이미 통과시킨 덕분이었다. 그는 “모두를 위해 가족 친화적이고 유연한 근무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의회 모유 수유가 더는 뉴스여선 안 된다”고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2018년 3개월 난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이제 우리 국회도 답할 때다.

용 의원이 던진 의제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2만2820명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였다. 이 추세라면 2100년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의 지난해 가족 실태조사에서도 혼자 사는 이들의 70%가 앞으로도 혼자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특히 20대의 절반이 독신으로 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비혼과 저출산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기를 안은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기를 안은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도 저출산을 되돌리지 못하는 정부 대책부터 손봐야 한다. 야당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올해 저출산 대책 예산 42조9000여억원을 분석했더니 출산·난임 지원과 보육, 가족 복지 증진 등 저출산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32.5%에 그쳤다. 젊은층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에 내 집 마련의 어려움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융자사업에 56%가량을 투입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 관광 활성화, 게임산업 육성 등 엉뚱한 항목에 수십~수백억원이 배정되는 실정이다.

저출산은 고령화와 함께 국가 존망이 걸린 해결 과제이므로 대선 주자들이 해법을 놓고 경쟁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와 생활 수준 격차 때문에 젊은층은 수도권으로 몰려온다. 지방에서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도시 생활’을 하면서 일도 할 수 있게 효과적인 지방 분권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 성장기에 물질적으로 풍족했던 젊은이들은 자녀를 낳았을 때 제대로 해줄 수 없다는 불안감에 출산을 꺼리기도 한다. 고용 유연화를 동반한 정년 연장, 주택 안정 및 교육 개혁 등도 저출산과 뗄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