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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85% 백신 맞은 英, '델타 변이'가 휩쓸었다

중앙일보

입력

3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유로2020 8강 경기에서 잉글랜드가 우크라이나를 4-0으로 꺾자 런던 시내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유로2020 8강 경기에서 잉글랜드가 우크라이나를 4-0으로 꺾자 런던 시내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 높은 백신 접종률을 자랑하는 영국이 전 세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시험장'이 됐다. 영국은 현재까지 성인의 85%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했고, 63%가 백신을 두 번 접종했다.

하루 2만명 확진 접어든 英 #"'돌파 감염' 당연"이라지만 #당국, 19일 모든 규제 해제 #잉글랜드 유로 4강 진출에 수백만 밤샘 파티

영국도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지난 달부터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영국 변이(알파 변이)의 확산으로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2만 명 선을 넘어섰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2만4447명이 추가 감염됐고 직전 일주일의 하루 평균은 2만3115명이다.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영국의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수. 지난 3일 하루 2만4447명이 감염됐고, 이날 기준 직전 일주일 하루 평균 감염자 수는 2만3115명이다. [구글 캡처]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영국의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수. 지난 3일 하루 2만4447명이 감염됐고, 이날 기준 직전 일주일 하루 평균 감염자 수는 2만3115명이다. [구글 캡처]

백신 강국인 영국을 휩쓴 것은 델타 변이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런던발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까지 신규 감염 사례의 97%가 델타 변이에 의한 것이었다. 6월 말 들어 감염 속도는 더 거세졌다. 지난 한 주간 델타 변이 감염자 수는 14만6000명가량이었는데 이는 전주 대비 72% 증가한 수치다.

다만 사망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3일 기준 직전 한 주의 일평균 사망자 수는 17명(존스홉킨스대)으로 백신 접종 이후 유지돼 온 10명 선 수준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은 만큼 사망자의 50% 가까이가 백신을 두 번 접종했다는 사실도 주목 받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까지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 9만2000명 가운데 117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50명(46%)이 백신을 두 번 맞았다고 한다.

"돌파 감염 불가피…사망자 연령 50대 이상"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지난 3일 하루 사망자 수는 18명, 직전 일주일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7명으로 나타났다. [구글 캡처]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지난 3일 하루 사망자 수는 18명, 직전 일주일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7명으로 나타났다. [구글 캡처]

과학자들은 영국에서 백신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설명한다. '돌파 감염'(백신을 맞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은 애초 불가피한 데다, 영국에서 돌파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연령이 50세 이상이라는 점에서다. 백신이 대부분의 연령에서 치명률을 떨어뜨린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영국 리버풀 지역의 감염병 전문의인 톰 윙필드 박사는 "영국이 델타 변이의 물결 속에 있지만, 코로나19 병동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은 이전 유행(1월) 기간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문제는 변이의 진화 속도가 인류의 백신 업데이트 및 공급 속도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미 백신과 변이의 쫓고 쫓기는 달리기 싸움에서 인류가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브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일 "우리는 이번 팬데믹에서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백신 공급이 변이 확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델타 변이도 위험한 데 진화와 돌연변이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英매체들 "정부, 오는 19일 모든 규제 해제"
영국 정부는 델타 변이가 상륙 8주 만에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체하면서 위세를 떨치자 지난달 21일로 예정했던 영국 '프리덤 데이' 선포를 미뤘다. 4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19일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모든 규제를 해제할 전망이다. 델타 변이의 확산 속에서도 백신 접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방점을 둔 것이다.

3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의 한 거리.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유로2020 8강전 경기 결과 잉글랜드가 4강에 진출하자 밤샘 파티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의 한 거리.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유로2020 8강전 경기 결과 잉글랜드가 4강에 진출하자 밤샘 파티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인들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이 열리는 가운데 잉글랜드가 4일 우크라이나를 꺾고 4강에 진출하자 영국인 수백만 명이 이날 밤거리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밤새도록 파티를 여는 모습이 현지 매체들을 통해 전해졌다. 잉글랜드 축구 팬 5000여명은 경기가 열린 로마로 건너가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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