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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또 고이케에 당했다"..日 자민당, 도쿄도 의회선거서 과반 확보 실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열린 일본 도쿄도(東京都)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목표였던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4월 중·참의원 재보궐 선거 '전패'에 이어 이번에도 자민당이 '사실상 패배'하면서 '스가를 얼굴로 총선이 가능하냐'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4일 선거서 33석으로 1당 탈환했지만 #"50석은 얻을 것" 예상 크게 빗나가 #총선 전초전 패배...스가 앞길 먹구름

4일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자신이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자신이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투개표가 이뤄진 도쿄도 의회 선거(총 127석)에서 자민당은 33석을 차지해 제1당을 탈환했다. 4년 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선거 직전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던 '도민(都民)퍼스트(First)회(會)'는 이번 선거에서 31석을 얻어 제1당 자리를 자민당에 내줬다.

그 외 공명당 23석, 공산당 19석, 입헌민주당 15석, 무소속 4석, 일본유신회 1석 등의 결과가 나왔다 .

총리까지 지원 유세 나섰지만 효과 無 

자민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창당 당시의 '거품'이 빠진 도민퍼스트회를 꺾고 단독으로 50석을 얻어 공명당과 합치면 과반(64석)을 무난히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자민당은 도쿄도 의회 선거 사상 두 번째로 적은 의석수인 33석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공명당과 합쳐도 56석으로 과반에 못미쳤다.

자민당의 역대 최저 의석은 직전 도민퍼스트회의 돌풍에 밀려 기록한 25석이었다.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가을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행방을 가늠하는 주요 선거인만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상 등 이른바 '스타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지원 유세를 펼쳤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번 선거결과가 사실상 자민당의 참패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코로나 뒷북 대응에 대한 불만"   

이번 선거의 쟁점은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이었다. 도민퍼스트회는 무관중 올림픽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입헌민주당은 올림픽 연기 혹은 취소, 공산당은 취소를 주장했다.

자민당은 도쿄올림픽을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작전을 폈지만, 도쿄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유관중 올림픽'을 고집하는 스가 정권에 대한 반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의 계속된 코로나19 뒷북 대응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4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이날 열린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이날 열린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민당은 앞서 지난 4월 중·참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3개 선거구에서 모두 패배(부전패 포함)했다. 이어 중의원 선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5일 교도통신은 자민당 일각에서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총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며 "총리 교체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민당의 한 고참 의원은 교도통신에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아사히신문도 4월 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집권당이 패배한 것과 관련해 "당내 위기감이 커져 스가 총리의 구심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이케 극장' 이번에도 통했다?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7월 23일~9월 5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중의원을 해산한 후 총선거에서 승리, 임기를 이어간다는 계획 하에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 총리 교체 움직임이 커지면 9월에 먼저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러 '새 얼굴'을 선출하고, 이후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에 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9월 30일까지다.

이번 선거 결과를 '극장 정치'에 능한 고이케 도쿄도 지사의 전략적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신이 창당한 도민퍼스트회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고이케 지사는 선거 직전인 지난달 22일부터 과로를 이유로 일주일 넘게 입원해 모습을 감추면서 '마음이 자민당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4일 잃본 도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4일 잃본 도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투표 전날 도쿄도 내 격전지 20곳을 돌며 도민퍼스트회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현장에서는 "격무로 몸이 망가진 가운데도 응원하러 와 줬다"며 동정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고이케 한 사람에게 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민퍼스트회는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가 45석에서 31석으로 줄었지만, 절반 이하로 축소될 것이란 당초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가 총리는 고개를 숙였다.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냉정하게 요인을 분석해 다음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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