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친일 세력들이 미국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발언을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분열로 이득을 보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5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대해 친일 세력과의 합작이라고 단정 지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친일 논란을 일으켜 대한민국 정부수립 자체를 폄훼하는 시도는 국민분열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는 2017년 대선 출마 때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소는 참배할 수 없다며 분열의 정치를 본인의 정체성으로 삼았었다”며 “이번에는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지 않기 위해 아예 모든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지 않는 황당한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2017년 1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한 뒤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만 참배했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역엔 참배하지 않았다.
성일종 “친일 문제는 북한이 더했다”
다른 야당 인사들도 이 지사의 ‘미 점령군’ ‘친일세력 합작’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건 맞지만 (친일 문제는) 북한이 더 했다”며 “오히려 우리 수뇌부는 이시영 선생, 이범석 장군 등 독립운동가로 채워졌다”고 반박했다. 성 의원은 “이 지사가 논란을 일으킨 뒤 문제가 되니까 색깔론이라고 빠져나가려고 하는 건 굉장히 비열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라디오에서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강조하는 건 매우 비천한 발상”이라며 “일본이 미국에 항복했기 때문에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우리나라의 치안 유지와 독립을 돕기 위해 들어온 군대가 미군”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이육사 선생의 딸 이옥비 여사를 만나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서, 사실은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하고 합작해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았나”라고 발언했다. 발언이 논란이 된 뒤에도 이 지사는 “미군의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북한 진주 소련군이 해방군이라고 생각한 일도 없다”며 “독립운동을 탄압하며 일제에 부역하던 세력이 대한민국 정부 주요 요직을 차지한 건 주지의 사실”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