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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정세균·이광재 3단 합체…이재명·추미애는 기본소득 연합?

중앙일보

입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심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심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 편을 진지하게 들 줄은 몰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회(지난 3일)를 지켜본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이 4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실제 9인의 주자가 맞붙은 전날 토론회에서 추 전 장관이 이 지사를 두둔하는 듯한 말을 여러 번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폐기할 용의는 없는가”(정 전 총리)라고 묻자 이를 지켜보던 추 전 장관은 “기본소득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일깨움 차원의 발제라고 생각한다. 배척할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작 이 지사는 “저는 (기본소득을) 공약한 적 없다”며 한 발 빼는데도 추 전 장관이 먼저 감싼 것이다.

유일한 여성 주자인 추 전 장관은 토론회에서 흰색 정장을 입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흰색 정장을 입고 여성의 정치적 권리확대를 주장하며 ‘친(親)여성’ 행보를 보인 것을 연상케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방송에서 “‘페미’(페미니스트 혹은 페미니즘)라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하며 여성계 반발을 낳았다. 한 여권 인사는 “추 전 장관이 대응 차원에서 여성 친화적 모습을 드러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추미애의 ‘양수겸장’

추 전 장관 측에선 기본소득을 두둔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기본소득이 이미 공론화되어 있다. 민주당 주자들이 이를 반대하는 듯한 인상을 줘선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기본소득 어젠더를 민주당 대선 본선 승부수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광재,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양승조 후보. 우상조 기자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광재,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양승조 후보. 우상조 기자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추 전 장관의 움직임에 대한 다른 해석도 나온다. 반(反) 이재명 노선을 희석하면서 ‘중재자’ 입장으로 무게감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친문 지지층 규합을 꾀하는 상황을 추 전 장관이 견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추 전 장관의 목표는 결국 범친문 주자와 차별화를 통해 이 지사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설령 3위로 끝나더라도 반(反)이재명 연대를 자신이 깼다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국 사태’에 대한 추 전 장관과 이 지사의 입장 간극이 적지 않아, 양측 지지자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긴 어려울 거란 진단도 나온다. 특히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 지사가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 전 장관 가족도 책임져야 한다”고 한 뒤로, 추 전 장관을 지지하는 친조국 성향 당원들은 이 지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밀도 높이는 ‘낙·균·재’ 연합군

반면 한때 ‘호남 쟁탈전’을 벌였던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본경선을 앞두고 거리를 좁히고 있다. 두 주자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예고 없이 오찬을 함께 했고,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최근 불거진 당내 경선 기획의 정체성 논란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선연기 논쟁과 ‘김경율 면접관 사태’를 거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두 주자의 회동에 대해 여권에선 ″반 이재명 연합군″이란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하고 있다. 두 주자의 회동에 대해 여권에선 ″반 이재명 연합군″이란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두 주자는 본경선에서 이 지사의 단점을 부각하며 ‘안정감 있는 후보’를 부각하겠다는 공동 전략도 꾸렸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거리를 뒀지만 “결선투표에 한 사람이 올라가면 서로 밀어주겠다는 신사협정에 의미가 있다”(정세균 캠프 핵심 인사)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단일화를 약속한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5일 오전 단일화 결과를 발표한다. 양자 및 9인 주자를 놓고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를 묻는 두 가지 여론조사(3~4일) 결과를 바탕으로 단일 후보를 뽑는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현재로선 정 전 총리로 단일화가 되고 이후 이 의원이 옆에서 도울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낙연·이광재·정세균’ 연합군이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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