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kg 성인 0.00007㎎ 주입땐 사망···'살인 무기' 보톡스 떤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6:33

업데이트 2021.07.05 16:30

보톡스 제품을 주사기에 주입하는 장면. 보톡스는 800여개 이상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다. 김성룡 기자

보톡스 제품을 주사기에 주입하는 장면. 보톡스는 800여개 이상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다. 김성룡 기자

보툴리늄 톡신(보톡스)의 균주 출처 및 관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보톡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잘나가는 보톡스업계 ‘식은땀’
“4개 업체 경찰 고발·수사의뢰”

질병관리청은 4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균주의 유전자 변형 실험을 하고, 이를 제품화해 법규 위반이 명확한 기업 한 곳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다른 보톡스 기업 3곳에 대해서도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부에 보톡스 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기 전에 균주를 보유했던 정황이 있거나(2개사) ▶정부에 균주 신규 취득 방법을 신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1개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보톡스 균주를 보유한 기업·기관 24곳을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왔다. 보톡스 균주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일제 점검에 나선 것이다. 전체 24곳을 대상으로 1차 서면 조사를 거쳐, 이 가운데 11곳에 대해선 지난 3월까지 현장 조사를 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기업 4곳을 경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하겠다는 것이다.

보통 주름 개선 약물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보톡스는 ‘살인 무기’에 가깝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보톡스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은 800개 이상이다. 턱이나 볼·이마 등의 주름을 펴기 위한 미용 분야부터 뇌성마비·뇌졸중 등 질병으로 인한 근육 강직·경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다양하다.

 국내 보톡스 관련 기업 현황. 그래픽 김영옥 기자

국내 보톡스 관련 기업 현황. 그래픽 김영옥 기자

보톡스 용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톡스는 일종의 ‘독(毒)’이다. 보톡스의 독소는 근육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고, 0.00007㎎ 이상을 주입하면 몸무게 70㎏ 성인이 사망할 수도 있다. 보톡스 1g만 확보하면 이론상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톡스를 바이오 테러리즘 무기로 악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은 1975년 생물무기금지협약을 발효했다. 한국 정부도 보톡스를 국가 핵심기술·전략물자로 지정해 특별 관리 중이다.

이번 정부 조사를 거쳐 일부 업체에 대해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현행법상 균주 출처를 허위로 신고하면 보톡스를 제조한 시설에 대해 폐쇄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화학무기법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를 제조한 경우 취급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톡스 업계가 숨죽이고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배경이다. 정부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조만간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며 “다만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나면 기업 활동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어 현 단계에선 고발·수사 의뢰한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