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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750원 망고 12개 180만원에 판 '꼬마 장사꾼 사연'[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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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11세 소녀 툴시 쿠마리가 자신이 판매한 망고와 이 망고 12개를 판 돈으로 산 스마트폰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 트위터 캡처]

인도의 11세 소녀 툴시 쿠마리가 자신이 판매한 망고와 이 망고 12개를 판 돈으로 산 스마트폰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 트위터 캡처]

한 소녀가 길거리에서 망고를 팔았다. 한 손님은 이 소녀로부터 망고 12개를 구매했다. 손님이 '망고값'으로 지불한 돈은 무려 12만 루피(약 182만원).

시세 200배 가격에 망고 산 이유는 #"마음 따뜻해지는 가장 비싼 거래"

크기와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도에서 망고 가격은 개당 약 50루피(약 750원)로 12개는 600루피(약 9100원)가량이다. 손님은 시세의 200배나 주고 망고를 산 것이다. 그는 역대급 바가지라도 쓴 것일까.

1일(현지시간) 인디아투데이,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장 비싼 망고 거래'라며 한 소녀에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을 소개했다.

인도 자르칸드주 잠셰드푸르에 사는 11세 소녀 툴시 쿠마리는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해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봉쇄 중인 인도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렇지만 쿠마리는 스마트폰을 살 수 없었다. 원래 어려웠던 쿠마리의 가정 형편이 봉쇄 여파로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더욱 나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마리는 수업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소녀는 미래에 교사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해왔다. 쿠마리는 제 손으로 스마트폰 살 돈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쿠마리가 길거리에서 망고를 팔 때의 모습. [인디아투데이 트위터 캡처]

쿠마리가 길거리에서 망고를 팔 때의 모습. [인디아투데이 트위터 캡처]

쿠마리는 '꼬마 망고 판매상'으로 나섰다. 길에서 망고를 파는 일이 어린 소녀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온라인 수업을 듣고 싶은 열망을 꺾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망고를 팔아도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돈은 모이지 않았다. 쿠마리에겐 두 명의 자매가 더 있었고, 부모님을 포함한 다섯 식구의 형편이 기본적인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나빠졌다.

망고를 판 돈은 가족의 식량을 사는 데 들어갔다. 망고를 충분히 팔지 못한 날엔 온 가족이 굶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쿠마리가 거리에서 망고를 파는 모습을 보게 된 한 기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쿠마리의 사연을 전했다. 뭄바이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아메야 헤테는 우연히 이 게시물을 보고 감동받았다.

그는 소녀가 파는 망고 각 하나에 1만 루피(약 15만원)란 후한 값을 매겨 사줬다. 이렇게 망고 12개는 총 12만 루피가 됐다. 헤테는 소녀가 망고를 판 돈으로 스마트폰을 살 수 있도록 도운 것이었다.

쿠마리가 망고 12개를 팔고 받은 돈으로 산 스마트폰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현지 언론 인디아투데이에 방송된 장면이다.[인디아투데이 트위터 캡처]

쿠마리가 망고 12개를 팔고 받은 돈으로 산 스마트폰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현지 언론 인디아투데이에 방송된 장면이다.[인디아투데이 트위터 캡처]

그럼에도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자선 활동을 한 게 아니라 망고를 산 것"이라고 말했다. 왜일까. 사업가인 그는 "소녀의 투지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스마트폰을 살 돈이 어디선가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 일이 소녀를 격려하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쿠마리는 이 돈으로 그렇게 바라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학용품도 샀다.

스마트폰을 들고 기뻐하는 쿠마리. [인디아투데이 트위터 캡처]

스마트폰을 들고 기뻐하는 쿠마리. [인디아투데이 트위터 캡처]

쿠마리는 "교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수업을 듣겠다"며 헤테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소녀의 이야기가 SNS에 퍼지면서 많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망고를 팔던 소녀는 이제 사과(스마트폰을 비유적으로 표현)를 살 수 있게 됐다" "역경 속에서도 공부하려는 소녀를 칭찬한다" 등이다. 또 "온라인 수업 장기화로 스마트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 연결이 잘 안되는 환경의 아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인도의 '정보 격차'를 들춰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봉쇄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도 비정부기구(NGO)인 프라탐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은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가 없어 봉쇄 기간 동안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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