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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가정용 냉장고에 코끼리 넣는 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심효윤의 냉장고 이야기(25)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기원은 알 수 없으나 꽤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머이다. 참신한 답변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지만, 그중에서 제일 유명하고 고전적인 해법은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였다.

어느 기계공학도가 답변했다. “코끼리보다 큰 냉장고를 개발하면 된다.” 이에 다른 유전공학도는 “냉장고보다 작은 코끼리를 만들면 된다”고 받아쳤다. 이번에는 수학도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코끼리를 미분하여 넣은 후 다시 적분한다”라고 중얼거렸다. 다양한 답변을 들은 후 철학도가 대답했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지 않았지만 이미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사진 pixabay]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사진 pixabay]

사실 현대기술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충분히 넣을 수 있다. 미국의 여성 과학자인 바바라 프랫 덕택이다. 우리는 거대한 냉장 컨테이너에 코끼리를 마음껏 넣을 수 있다. ‘차가움의 여왕(The Queen of Cold)’으로 알려진 그녀는 냉장 컨테이너 시스템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 1977년 세계적인 해운 업체 머스크에 고용된 바바라는 컨테이너에 거주하면서 실험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녀는 7년 동안 대부분 시간을 컨테이너에 살면서 내부의 습도, 온도, 기류를 감시하고 컨테이너 내부의 환경이 식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다. 그녀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설계와 식품 포장 방법은 오늘날까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컨테이너가 아니라 가정용 냉장고에도 코끼리를 넣을 수 없을까. 여기에 다소 시니컬하면서도 섬뜩한 정답이 있다. 방법은 간단한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글로벌식품 기업에 의뢰하면 된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기업이면 더욱 좋다. 그들을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그들은 먼저 인류학자, 생물학자, 동물학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정글로 보낼 것이다. 인류가 코끼리 고기를 어떻게 먹어왔는지 역사적으로 추적할 것이고, 현재 어느 부족이 코끼리 고기를 언제, 어떻게, 왜 먹는지, 영양이 풍부한지 등에 대한 조사 보고서도 작성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모여 그룹으로 조사할 수도 있고, 연구팀마다 별도의 주제를 잡고 조사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너무 전문화돼 있어 그들의 관점에서만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훗날 이 연구가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암수 코끼리나 연령대별 고기의 등급이 매겨질 것이다. 만약 수컷 코끼리가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태어나자마자 가차 없이 도살시킬 수도 있다. 동시에 생산비용과 원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화학물질이나 유전자 변형을 시킨 값싼 사료가 개발될 것이고 코끼리의 거대한 몸에 맞춰 튼튼한 케이지도 만들어질 것이다.

코끼리를 사육하는 방법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새끼를 낳는 어미 코끼리만 골라내 기른다거나, 어린 코끼리만 무리에서 떨어뜨려 기르거나, 코끼리의 특성을 파악해 비육하게 키울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찾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코끼리에 적합한 항생제나 발정제, 성장호르몬제와 같은 주사도 개발할 것이다. 경제적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온갖 집약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독일 보쉬사의 냉장고 광고. 중생대 공룡의 고기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냉장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 ADS SPOT]

독일 보쉬사의 냉장고 광고. 중생대 공룡의 고기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냉장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 ADS SPOT]

상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식 기계를 도입하고 코끼리 전용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될 것이다. 공장식 대량생산체계와 물류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효율과 속도를 높이고 대량생산도 가능해진다. 동시에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조리법이라든지 식감 있게 먹을 수 있는 가공법 등도 순차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스테이크용, 통조림용, 사골 국거리용 등 다양하게 준비된다. 이제 코끼리 고기는 교통망을 통해 전 세계 운송이 가능한 규격 상품으로 생산될 것이고, 소비자는 깨끗하게 포장된 코끼리 고기를 편하게 마트에서 고르거나 집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식품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문가들의 도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상품 공정의 마지막까지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대형할인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묶음상품이나 1+1 할인행사 상품으로 코끼리 고기를 판매할 것이다. 소비자는 상품을 고르면서 합리적으로 구매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각자의 집에는 코끼리 고기를 보관할 수 있는 든든한 냉장고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드디어 우리 집 냉장고 속에 코끼리가 들어왔다.

아시아문화원 연구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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