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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日보복에 '외교해결' 꺼낸 참모들…文 "어찌 이런" 격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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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했을 당시 청와대 참모진이 준비한 대응 메시지를 보고받은 뒤 이례적으로 격노했던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하자 청와대 참모진들은 여러 차례 토론을 거친 끝에 대통령에게 보고할 메시지 초안을 마련했다.

박 수석은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로 경제 위기감과 반일 감정이 동시에 끓어오르고 있었다”면서 “국민적 분노와 다르게 청와대와 정부 의견은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이었지만 결국은 정면 대응을 피하는 길이었다”고 적었다.

박 수석은 “다수의 참모들 의견에 따라 대통령께 메시지 초안이 올라갔다”며 “참모들 의견이 반영된 메시지 초안을 본 문 대통령 반응은 ‘침묵’이었다”고 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참모들은 대통령의 침묵이 ‘대단한 분노’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드디어 얼마간의 침묵 끝에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불려갔고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통령의 말씀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바둑 둘 줄 아십니까? 바둑을 둘 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나는 지금이 소부장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건의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 스타일을 생각하면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질책이었다”며 “‘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영영 기술 독립의 길은 없을 것’이라는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과 강력한 의지가 참모들에게 전해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렇게하여 2년 전 '소부장 독립운동'의 방향이 결정됐다”며 “대통령의 결단과 참모들의 머뭇거림의 차이는 국민에 대한 믿음의 유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대통령도 자신의 결단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왜 마음에 걸리지 않았겠느냐”면서 “다만 문 대통령은 국민이 함께 이겨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두려움을 이겨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수석은 “소부장 독립운동은 성공적으로 현재 진행 중”이라고 평가한 뒤 “소부장 100대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31.4%에서 24.9%로 낮아졌고 시총 1조원 이상의 소부장 중견ㆍ중소기업의 수도 13개에서 31개로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마침내 '소부장 독립기념일'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소부장 독립운동 2주년에 대통령의 통찰과 결단, 국민에 대한 믿음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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