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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수송때 "식용"과 엄청난 차별|미국산 공업용 우지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톱 화이트 탤로와 엑스트라 팬시탤로를 비롯한 공업용 쇠기름은 미국 내 정육점이나 정육의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산물로 생산되기 때문에 포장용 플래스틱·비닐 등 불순물이 함유되고 있으며 우지 속에 포함된 중금속함유량이 한때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식용의 경우 도살 후 24시간내의 신선한 것을 선별과정에서부터 세심한 관리가 이루어지므로 이런 불순물이 함유될 소지가 적다.
그러나 공업용우지(미국은 비식용우지라 부름)는 수거단계부터 유통과정 중 발생된 불량품이나 재고품을 수집해야 하므로 신선도와는 거리가 멀다.
우지제조공장에서는 수거된 대부분의 쇠고기류를 고온 처리해 지방을 추출, 탈취·탈색과정을 거친 후 제품화한다.
미국의 톱 화이트 탤로·엑스트라 팬시맬로 규격기준은 FFA(유리지방산)기준 2%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유지신선도가 떨어지고 제조과정에서 산패작용이 과도하게 나타나면 FFA수지가 올라가 미국제조업자는 산화방지제인 BHA·BHT등 화학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된 비식용우지는 별도의 탱크터미널에 저장해 포장 없이 유조선에 마구 집어넣어 수송하게 된다.
그러나 식용우지는 이 탱크터미널의 구조나 공장에서 탱크터미널까지의 수송과정이 다르다.
식용우지의 경우 인체에 미치는 해독을 방지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로 특별 제작된 수송 파이프탱크로리·탱크터미널을 사용하도록 FDA(미식품의약국)에서 규정했고 또 단계별로 감독을 실시하고있다.
반면 비식용의 경우 이러한 단계별 수송과정에 FDA의 별도 규정 없이 선철(mild steel)로 제작된 시설을 이용한다.
공업용우지 처리과정에서는 16등급의 우지 가운데 최하등급인 그리스(grease)류와 상위등급의 우지 처리에 같은 시설을 이용한다.
때문에 더러운 불순물이 많이 혼합되고 신선도가 더욱 떨어진다.
탱크 터미널에 저장된 우지는 물성 자체가 융점 섭씨 41.5도의 반고체이므로 장기간 저장에서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열을 가해야하기 때문에 가열에 따른 산패작용은 더욱 가속된다.
심한 산패가 일어난 우지제품은 부패한 것처럼 냄새가 나고 만약 인체 내에 흡수될 경우 소화불량이나 위벽을 자극해 위장장애의 원인이 되는 수도 있다.
미국의 탱크터미널에서는 대개의 경우 약1개월 이상 저장되었다가 수송이 이뤄지며 경우에 따라 3개월 이상 장기저장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에서도 공기와 접촉해 산패작용은 계속 일어난다.
수송방법은 탱크선박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한국에서 수입하는 비식용우지는 일반 액체화물·알콜·당밀, 기타 케미컬류를 수송하는 5천t급 선박이 이용되고있다.
탱크는 스테인리스가 아닌 선철로 제작된 것으로 화물입고 전에 철저한 세척을 하더라도 불순물제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식용의 경우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선박이어야 하고 선적 전에 FDA의 검사확인 없이는 선적이 안 된다.
한국에는 식용우지의 수송이 가능한 선박이 없는 실정이다.
수송도중에도 우지가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가열하기 때문에 산패작용은 피할 수 없다.
수송기간은 미서해안에서 한국까지 통상 1개월이 소요된다.
한국에서의 하역과정은 선박이 육상탱크터미널에 바로 접근이 힘들기 때문에 3백∼5백t급 바지선을 이용해 육상탱크에 입고시킨다.
육상탱크 역시 식용우지저장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이 탱크터미널은 여러 종류의 우지나 액체화물을 번갈아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탱크터미널에서도 가열은 수시로 이루어져야하며 취급장비나 바지선의 위생상태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 내 탱크터미널에서 통상 1∼2개월의 저장기간이 소요되며 육상탱크에서 제조공장으로 운송하는 탱크로리 역시 여러 종류의 우지를 번갈아 사용하는 실정이며 각 운반단계에서 가열과 산패는 계속 일어난다.
미국에서 선적당시 FFA 2%의 우지는 약 10개월 후 국내공장 입고 때가 되면 FFA는 3%로 올라가 식용기준과 엄청난 차이가 나게된다.
도착된 화물의 통관 때 식용우지의 경우 식품위생법상의 규정에 의거, 각 검역소에서 분석 및 검정이 의무화되어 있으나 서류상 검토에 지나지 않으며 세관의 분석시설 역시 충분치 못해 시간이 장기간 소요되지만 효과적인 관리는 불가능하다.
각 공장에서의 제조공정은 수입우지를 재정제, 탈취·탈색과정을 다시 거쳐 국내 식품위생법의 규격기준에 맞는 산가 0.3을 유지할 수 있는 정제유지로 다시 가공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산화방지제 사용이 불가피하고 산패가 이미 많이 진행된 원료를 일시적으로 가공한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 면에서 식용우지와의 차이는 크다.
정제된 우지는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락을 튀기기 위해 저장소에 투입해 섭씨 1백도 내외의 끓는 기름상태로 튀겨 라면이 제조되는데 저장소의 기름은 산패가 최고에 달한다.
한편 생산된 라면제품의 보존유효기간은 제조일로부터 6개월로 정하고 있는데 식용유지를 쓴 미국과 똑같은 기간을 두는 것도 불합리한 점이다.
【뉴욕지사=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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