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도 웃돈 15%…돈가뭄 미얀마 은행, 구겨진 달러 줬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05:00

현금을 찾으러 줄을 선 양곤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현금을 찾으러 줄을 선 양곤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양곤 시내에 있는 각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엔 매일 아침 시민들이 긴 줄을 선다.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현금을 찾으려는 행렬이다. 올해 2월 1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뒤 미국·유럽연합(EU)이 미얀마에 대한 돈줄을 조이면서 귀해진 현금을 직접 보관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미얀마 중앙은행은 1인당 1주일에 200만 짜트(1265달러)까지만 인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했고, 현금을 여러 번 나눠 찾으려는 시민이 많아져 줄이 더 길어지고 있다.

3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양곤무역관이 전한 현지 사정이다. 7월 1일 기준 미얀마 쿠데타가 발발한 지 5개월이 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대금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간 거래도 현금을 선호하게 됐지만, 그만큼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1주일 동안 인출할 수 있는 현금은 2000만 짜트(1만2650달러)로 막혀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20여곳이다.

이 때문에 상품 대금을 계좌 이체로 결제하면 10~15%의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현금화가 보장되지 않은 만큼의 위험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케이쎄우 KOTRA 양곤무역관 스페셜리스트는 “금이나 달러화 등 안전자산을 확보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금값과 환율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코트라 현지 직원은 쿠데타 발발 이후 현재까지 전원 재택근무 중이다.

달러 환전은 1주 전 신청

한국계 은행도 현금 확보와 안전 문제로 정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현지 영업을 시작한 신한은행 등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사는 은행 14곳, 보험·카드사 4곳 등 모두 18곳이다. 달러화를 인출하려면 약 일주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하고, 인출을 하게 되더라도 구겨진 화폐를 받게 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시민 저항에 대한 군부의 강경 진압이 일어나던 3월, 양곤 지점 직원이 총격 부상을 입은 신한은행은 최근에서야 전원 재택근무 체제를 풀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직원이 현지 지점으로 정상 출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을 체험하는 미얀마 어린이.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을 체험하는 미얀마 어린이. [사진 삼성전자]

공사 중단에 묶인 건설사

한국 정부 원조로 진행되고 있는 현지 공사는 여전히 멈춘 상태다. 양곤에서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를 짓고 있는 GS건설은 쿠데타 초기 직원들을 귀국시켰다가, 현재 필수 인원만 다시 현지에 보내 공사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우정의 다리 사업 규모는 1800억원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시민 저항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어서 당분간 공사가 다시 진행되긴 어렵겠지만, 다리 공사에 대한 정부 원조를 중단한다는 결정이 나오지 않아서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LG전자 등 한국 전자제품 매장 등은 최근 정상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양곤 시내 주요 쇼핑몰에 입점한 소비재 매장이 대부분 문을 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소요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6월 중순부터 정상 운영을 시작해 물건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각 매장 입장에선 쿠데타 혼란 상황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더 큰 위험 요소”라고 전했다.

이밖에 물류 적체와 달러값 상승에 따른 유가 불안도 현지 한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으로 꼽힌다. 또 일시 귀국했던 기업인이 미얀마로 복귀하는 절차도 쿠데타 이전보다 길어진 상태다. 미얀마 한국 대사관의 김진수 상무관은 최근 열린 ‘미얀마 진출기업 경영지원 웨비나’에서 “얼마 전 수도 네피도를 찾아 미얀마 당국 관계자에게 현지 진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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