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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대선 출사표 쓰려 칩거중…"개헌론 고려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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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28일 감사원장직을 사임한 최재형 전 원장은 현재 죽마고우인 강명훈 변호사 외에는 일체 접촉을 끊고 대선 출마 메시지 구상에 골몰하고 있으며, 메시지 완성까지는 최소 1주에서 3주까지 소요될 전망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서울대 법대와 사법 고시 동기인 절친 조대환 변호사는 "왜 감사원장을 도중에 그만두고 대권 도전에 나섰는지 국민에게 명확하게 알리는 출사표를 쓰기 위해 주변과 모든 접촉을 끊고 숙고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다른 측근도 "가장 중요한 현안인 경제에 대한 비전을 비롯한 대권 구상을 분명하게 알리기 위해 칩거 중이다. 워낙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기간은 3주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논란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애로가 많다"고 밝혀 정권의 조직적 방해 정황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최선을 다해 애로를 극복하여 최대한 국민이 납득하고 후손에 도움되는 결정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그와 대화했던 조대환 변호사가 밝혔다.
 조 변호사는 "지난 1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 전 원장에 대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행세를 한다'고 비난하자 최 전 원장은 '적반하장'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얘기를 주변을 통해 들었다"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최 전 원장과는 대학과 고시, 사법연수원과 군 무관 생활까지 동기인 사이"라며"그에 대해 떠올려지는 4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일문일답
 -어떤 기억인가
"첫 번째는 군대 시절 훈련을 광주 상무대에서 둘이 같이 받았는데 최재형은 내 옆 내무반이었다. 군기가 세 기합을 제일 많이 받는 내무반이었다. 최재형은 점잖은 성격이라 사고를 안 쳤지만 사고를 자주 치는 주변 동료들 때문에 단체기합을 받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더라."
 -두 번째 기억은?
 "군 훈련 당시 유격훈련장(화순)과 사격훈련장(장성)이 광주 상무대에서 각각 수십km 떨어져 있다. 거기까지 왕복 행군을 할 때마다 최재형은 무거운 군장을 멨음에도 몸이 약한 동료의 군장에다 총까지 대신 메주고 수십km를 걸었다. 체격이 건장한 나도 내 군장 건사하기 어려워 기특해서 동료들에게 최재형을 칭찬하니 동료들이 '몰랐나? 최재형은 고교 때부터 소아마비 친구를 업고 등하교한 사람'이라고 알려줘 깜짝 놀랐다.' 약한 친구 군장도 대신 메주는 게 당연한 친구구나'라고 느꼈다."
 -또 다른 기억은
 "'열린' 판사였다.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보통 공직자, 특히 판사는 동기회 모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최재형은 '내가 사람 다루는 직업(판사)인데 어찌 만남을 꺼리겠느냐'고 반문하더라. 판사들은 자주 모임에 나와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동기 변호사들도 '최재형 판사실은 늘 열려있다. 변호사 얘기는 다 들어주되, 판결은 칼같이 하더라'고 하더라."
 -그 밖의 기억은
 "원자로 폐쇄 감사와 관련해 온갖 정권의 방해를 극복하고 결론을 도출한 건 물론, 친정권 성향 감사위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기어코 동의를 받아냈다. 남다른 사명감과 도덕심이 없었다면 될 일인가. 또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십자포화를 퍼부어도 의연하게 할 말 하고 절제된 대응을 하더라. 우리도 이제 이런 대통령 가질 때 되었다고 판단해 출마를 권한 거다."
 조대환 변호사는 한 달 전 인편을 통해 최 전 원장에게 출마를 강력히 권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에게 이렇게 전했다. '당신은 우리랑 다른 사람이다. 나도 공무원으로 봉사활동을 했지만, 도대체 사람들이 날 안 좋아하더라. 그런데 당신은 누구나 다 좋아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검찰 내부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근데 당신은 법원에서 싫어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 당신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당신은 국민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랬더니 최 전 원장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7월 5일 최재형 출마를 촉구하는 국민 집회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 것이며 이미 2천명 넘는 시민들이 서명했다"며 "서민 등 자발적인 지지층이 두터워 전국 각지에서 우후죽순식으로 지지 선언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지층 상당수는 제삼지대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민의힘에 들어가 대권에 도전하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 전 원장이 '개헌'을 고리로 대권에 나설 것이란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지금 최 전 원장 뇌리에는 구국의 일념뿐 개헌론은 없다. 그걸 논할 때도 아니다"고 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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