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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표지 모델된 질 바이든 "영부인 아닌 선생으로 봐줘 기뻐"

중앙일보

입력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이 패션잡지 보그 8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드레스와 티파니 귀걸이를 하고 백악관 발코니에 섰다. [사진 인스타그램]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이 패션잡지 보그 8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드레스와 티파니 귀걸이를 하고 백악관 발코니에 섰다. [사진 인스타그램]

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 부인 질(70) 여사가 미국 패션잡지 보그 8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보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 때 중단한 '영부인 표지 모델' 전통을 되살린 것.

美 영부인 보그 표지 장식 80년 전통 이어가 #민주당 지지 편집장, 멜라니아는 건너 뛰어 #영부인·교수 병행, 이번 학기 세 과목 강의 #바이든 "로맨틱한 시간 못 가져" 아쉬움 토로

보그는 제31대 허버트 후버(1929~1933년 재임) 대통령의 부인 루 헨리 후버 이후 거의 모든 영부인을 재임 중 표지 모델로 세웠지만, 멜라니아 트럼프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질 바이든, 멜라니아는 못한 보그 표지 장식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2019년 5월 메트 갈라 행사에 도착했다. [AFP=연합뉴스]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2019년 5월 메트 갈라 행사에 도착했다. [AFP=연합뉴스]

2019년 애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은 CNN 인터뷰에서 "나라의 변화를 이끄는 여성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에둘러 거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인 윈투어 편집장은 지난 대선 때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29일(현지시간) 공개된 표지 사진에서 질 여사는 미국 명품 브랜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푸른색 꽃무늬 드레스에 보석업체 티파니 귀걸이를 하고 백악관 발코니에 섰다.

옷 잘 입기로 이름난 그는 평소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프라다, 지미추 등 유럽 명품 브랜드와 캐롤라이나 허레라, 브랜든 맥스웰 등 미국 브랜드를 골고루 입지만, 이번 만큼은 미국 브랜드 홍보 기회로 삼았다.

스웨터와 롱스커트, 긴 팔 셔츠 등 전반적으로 수수한 느낌의 옷을 선택해 편안하면서 따뜻한 영부인 이미지를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 제목도 '질 바이든 박사, 우리 모두를 위한 영부인'으로 달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가 패션 모델을 능가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보그 표지에 세 차례 등장한 것과 대비된다.

바이든 정부 '비밀 병기' 질 바이든 

질 여사는 인터뷰에서 "유세 기간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은 불안감을 느꼈는데, 지금은 전국을 다녀보면 그들이 다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서 대선 이후 미국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누군가가 이 나라를 치유해 주길 원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좀 더 침착한 대통령, 온도를 낮출 줄 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질 여사를 '비밀 병기'로 여긴다고 보그는 전했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약세인 곳에도 보내 친근한 이미지를 앞세워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일자리 법안 등 정책 홍보를 맡긴다는 것이다.

보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질 여사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그를 "저평가된 자산(underestimated asset)"이라고 소개했다.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이 랄프 로렌의 베이지 스커트에 흰 셔츠를 입은 보그 화보. [사진 인스타그램]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이 랄프 로렌의 베이지 스커트에 흰 셔츠를 입은 보그 화보. [사진 인스타그램]

이번 학기 세 과목 '영문과 교수' 영부인 

질 여사는 미국 최초로 자기 직업을 가진 영부인이다. 보그 인터뷰를 통해 영부인 일과 병행 중인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지역 전문대학) 영문과 교수로서 정체성을 부각했다.

랄프 로렌의 베이지색 스커트에 흰 셔츠를 입고, 뿔테 안경을 쓰고 노트북 PC로 작업하는 사진으로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강조했다. 주위 사람 모두 영부인과 교수직을 병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백악관에 입성한 이번 학기에 세 과목을 가르쳤다.

영부인 일정과 수업을 병행하면서 빚어진 에피소드도 전했다. 뉴멕시코주를 방문했을 때 수행원과 비밀경호국, 수행 기자들이 오후 늦게까지 호텔에서 대기하다가 늦게 목적지로 출발했는데, 질 여사의 줌(화상회의 시스템) 수업 진행 때문이었다고 보그는 전했다. 시카고에서는 수업 일정에 맞추기 위해 차량 행렬이 전속력으로 달린 적도 있다.

보그는 질 여사를 '닥터 바이든'으로 칭했다. 학생들은 그를 '닥터 B'로 부른다. 질 여사는 "학생들이 일기에 욕을 써도 되냐고 물어 괜찮다고 했더니 신이 났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그 수업 이후 기분이 좋았다. 그들이 나를 영어 선생님으로 보는 것, 내가 이루려는 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여사가 백악관 정원에서 보그 8월호 커버스토리를 위해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초록색 스웨터와 스커트는 마이클 코어스. [사진 인스타그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여사가 백악관 정원에서 보그 8월호 커버스토리를 위해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초록색 스웨터와 스커트는 마이클 코어스. [사진 인스타그램]

바이든 "로맨틱한 시간 없어져 아쉬워" 

보그는 아내로서 그의 모습도 조명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 앞 작은 정원에서 진행된 촬영에 바이든 대통령도 참여했다. 마이클 코어스가 디자인한 초록색 스웨터와 스커트를 입은 질 여사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대통령 취임 후 질 여사와 "로맨틱한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결혼해 델라웨어에 살 때 한 달에 한 번은 우리 둘만 지역에 있는 '베드 앤드 브렉퍼스트(B&B·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에 갔다"면서 "잠시 떠나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예전처럼 그냥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불평하는 건 아니지만, 이 생활은 그걸 못하게 막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 여사가 자신 못지않은 전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유가 생겼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찾아가면 그(질)가 중요한 연설문 작업을 하거나 채점을 할 때가 있다"면서 "서로의 시간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진심이다"라고 말했다.

패션 잡지 인터뷰지만 질 여사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스타일리스트를 두지 않고 모든 걸 스스로 한다고만 밝혔다. 보그는 "패션과 그의 관계는 팬더믹 때문에 복잡해졌다"면서 "패션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패션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싶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이 지난 4월 1일 캘리포니아 출장을 마치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날 신은 망사 스타킹이 화제가 됐다. [AFP=연합뉴스]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이 지난 4월 1일 캘리포니아 출장을 마치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날 신은 망사 스타킹이 화제가 됐다. [AFP=연합뉴스]

"망사 스타킹 아닌 그냥 예쁜 스타킹"

질 여사는 "내가 입은 것이나 곱창 밴드로 머리를 묶는 것, 스타킹에 대해 얼마나 많은 품평이 나오는지 놀랍다"면서 "시시콜콜한 디테일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에 유행했다가 최근 다시 유행인 곱창 밴드로 머리를 질끈 묶고 쇼핑에 나선 모습이나 지난 4월 에어포스원에서 내릴 때 신은 검은색 망사 스타킹은 세간에 화제가 됐다. 질 여사는 스타킹에 대해 "그건 망사도 아니고, 레이스도 아니었다. 그저 예쁜 스타킹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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