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간 FTA로 유럽 시장 선점…전기차 수출 20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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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전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효과로 자동차와 화학제품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 선점효과를 크게 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지난 2011년 7월 1일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EU와 FTA를 체결했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공개한 ‘한-EU FTA 10주년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EU의 수입관세 철폐로 자동차, 배터리, 화학제품과 일부 농수산식품 품목에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경우 2010년에는 유럽에 대한 수출 물량이 33억 달러(약 3조7349억원) 규모였지만 FTA 체결 후인 2019년에는 84억 달러(약 9조5071억원)로 약 2.5배가 됐다. 내연기관 차량은 현지 생산이 늘면서 2017년 이후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대신 전기차 수출이 2017년 2억 달러(약 2264억원)에서 2020년 46억 달러(약 5조2063억원)로 20배 이상 급증하며 자동차 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돼 다른 경쟁국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화학제품의 수출도 FTA 발효 전인 2010년 12억 달러(약 1조3582억원)에서 2020년 71억 달러(약 8조358억원)로 연평균 19.2%씩 증가했다. 특히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농수산물의 경우 지난해 4억5000만 달러(약 5093억원)의 수출을 기록했다. 여전히 EU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이 훨씬 많지만 FTA 발효 전과 비교하면 125% 증가한 수치다. 한국산 참치, 버섯, 김치, 조미김, 음료 등이 FTA 관세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EU의 프리미엄 소비재가 우리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우리 기업이 기술,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홍정완 무협 수석연구원은 “최근 EU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환경·인권 기준을 높이고 있는데 이 또한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도 EU와 FTA를 체결하긴 했지만 한-EU FTA는 발효된지 10년에 이르러 양국간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만큼 수출 경쟁에서 이를 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