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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더 무섭다"…북한 쌀값 3배 급등, 초조한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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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의 모습. [중앙포토]

북한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의 모습.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 압박이 북한에 새로운 위협 요인을 만들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안정을 보이던 환율과 식량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FT “경제 시스템 불안정성 커져” #환율 급락에도 물가 계속 상승세 #탈북자 “식품값 최고 10배 폭등”

통일연구원이 22일 발표한 '북한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분석 및 대응 방향' 보고서는 "지난 10월 시장 환율이 급락한 이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쌀 가격은 0.5~0.6달러/㎏에서 최근 0.9~1.4달러/㎏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영향으로 식량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도 가격 부과나 공공 배급 등을 통한 북한 당국의 개입이 한계에 다다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도 지난 15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외환 사용 통제가 엄격해지고 위안화가 급락하면서 주민들이 현금보다 물건을 가지려 한다"며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을 전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연동성을 보여왔던 환율과 곡물 가격의 패턴이 무너진 것"이라며 "이것은 간단한 무너짐이 아니라 북한 경제 시스템에 변화가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환율과 식량 가격 변동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것은 국가의 비공식 거래 시스템인 시장(장마당)을 흐트러뜨리고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FT는 환율과 외화 선호의 변동을 코로나19로 인한 무역 붕괴와 국내 시장에서 외화 유통을 제한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환율과 식량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주민들의 절박함을 더 끌어 올릴 위험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미국보다 안정에 대한 더 큰 위협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경제 중앙집권화 움직임에 맞춰 '수입병'과 외부 의존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시장 시스템을 억압하려는 것"이라며 "장마당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사이버범죄를 통한 현금 조달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이버 보안업체 베나피의 야나 블라크만은 "북한의 해킹 부대는 최근 몇 년간 은행과 P2P(Peer to Peer) 대출기관, 암호 화폐 거래소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수십억 달러의 돈을 탈취했다"며 "특히 랜섬웨어나 암호 화폐와 같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건에서는 보고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FT는 북한 내부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탈북자에 따르면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경제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은 FT와 인터뷰에서 "식품과 생필품의 가격이 3~10배까지 급증했다"며 "김정은 정권이 서서히 마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식량 지원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주민들이 몇 끼를 먹는지 물어보는 것보다 국물이 묽은지 걸쭉한지 물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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