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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언론 폐간 이어 정당 자진 해산…민주주의가 지는 홍콩

중앙일보

입력

25일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오는 1일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의 정당 제도를 과시하는 백서를 25일 발표했다. [EPA]

25일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오는 1일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의 정당 제도를 과시하는 백서를 25일 발표했다. [EPA]

지난 2010년 성립된 홍콩의 민주당파 정당 ‘신민주동맹(이하 신동맹)’이 26일 자진 해산했다.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주년(7월 1일)을 앞두고 지난 24일 반중(反中) 성향의 빈과일보가 자진 폐간한 데 이어 중도 성향의 민주 정당마저 정치 환경의 악화를 이유로 해산을 결정했다.

26일 홍콩 민주당파 정당인 신민주동맹이 확대회의를 열고 홍콩내 정치환경 악화를 이유로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홍콩보안법 반대 등을 내걸고 구의회 선거 운동 중인 신민주동맹 당원들. [홍콩01 캡처]

26일 홍콩 민주당파 정당인 신민주동맹이 확대회의를 열고 홍콩내 정치환경 악화를 이유로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홍콩보안법 반대 등을 내걸고 구의회 선거 운동 중인 신민주동맹 당원들. [홍콩01 캡처]

신동맹은 이날 소속 구의원과 당원이 참여한 확대 회의를 열고 대다수 동의와 전체 성원의 확인을 거쳐 해산을 결정했다고 홍콩 명보가 27일 보도했다. 성명은 지난 2년간 홍콩의 정치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으며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전직 당원이 체포되고 공직자에 대한 선서 강요 등 새로운 정치환경에 따라 당 구성원들이 각자의 의지에 따라 진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신동맹 구성원들은 동일한 조직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광대한 홍콩 시민과 어깨를 맞대고 민주파의 길을 걷는 이들과 협력해 같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신동맹은 2010년 당시 홍콩 민주당이 중국 국무원(정부) 산하 중앙연락판공실과 정치개혁 방안 협상에 참여하는 데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 탈당해 결성한 중도파 민주 정당이다.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19명의 구의원을 배출했지만, 탈당 구의원 사임을 거쳐 8명이 남은 상태다. 신동맹이 이름을 따온 중국민주동맹은 1941년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중공)의 대립에 반대하는 민주파 지식인이 결성한 정치 조직이다. 국공내전 당시 중공의 연합정부론에 호응하는 인사 위주로 중국에 잔류해 8대 군소 민주당파의 하나로 남았다.

쉬유성(許又聲) 중앙통전부 부부장(차관) 겸 대변인이 25일 중국신형정당제도 백서 발표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국국무원신문판공실 캡처]

쉬유성(許又聲) 중앙통전부 부부장(차관) 겸 대변인이 25일 중국신형정당제도 백서 발표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국국무원신문판공실 캡처]

자진해산에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 25일 “각 민주당파와 무당파 인사는 스스로 깨달아 중공의 영도를 받아들이며, 중공의 영도 지위와 집권 지위를 옹호한다”는 다당합작과 정치협상 제도를 선전하는 『중국 신형정당제도』 백서를 발표했다. 총 1만4000여자, 9개 챕터로 이뤄진 백서는 “중공과 민주당파는 상호 감독한다”며 “중공은 영도와 집권 지위에서 스스로 깨달아 각 민주당파의 감독을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공과 민주당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바는 모두 다 말하는 참된 벗(摯友·지우)이자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쟁우(諍友)”라고 주장했다. 여러 정당은 중국 공산당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2010년 성립 신민주동맹 26일 해산 결의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정치환경 악화 이유 #"전직 당원 체포되고 공직자 선서도 강요"

백서는 또 2012년 18차 당 대회 이후 중공 중앙은 정당 간 협상 회의를 총 170여 차례 열었으며 개헌 건의, 국가 지도자 인선 건의 등 중요한 국정 현안에서 당외 인사와 협상하고 의견을 청취했다고 기록했다.

25일 백서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쉬유성(許又聲) 중앙통전부 부부장(차관) 겸 대변인은 중국 정당 제도를 쥐를 가장 잘 잡는 고양이에 비유했다. 쉬 부부장은 “세상이 모두 표준으로 삼아야 정당제 모델은 없거니와 있을 수도 없다”며 “중국에는 반대당도 없고 야당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정책 결정의 과학화·민주화를 실현해 일련의 정당제도가 당파 이익, 계급 이익, 지역과 집단 이익을 대표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로 논의를 부결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폐단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며 “중국 신형정당제도가 바로 쥐를 잘 잡는 좋은 고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1998년 중국민주당 창당을 시도했다가 국가 정권 전복죄로 9년간 복역했던 차젠궈(查建國·70)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백서에 언급한 중국 내 8개 민주당파 정당 지도자와 경비, 당원의 범위는 모두 공산당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면서 공산당 감독 역할은 없다고 지적했다. 펑충이(馮崇義) 호주 시드니 과기대 교수는 백서에 새로운 내용은 없다며 “현재 민주당파는 독립적인 정당 지위를 갖추지 못했다”며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홍콩 명보에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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