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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여름이면 생각나네, 눈부신 황금빛 계단 논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사파

여름이면 베트남이 생각납니다. 후덥지근한 다낭이나 냐짱 같은 해변 휴양지나 밤새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리는 하노이, 호찌민 같은 도시가 그리운 건 아닙니다. 한여름에도 살랑살랑 산바람이 불고 도시의 불빛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사파(Sapa)'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사파는 베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북서부 산악지대에 들어앉은 작은 마을입니다. 20세기 초, 프랑스가 식민 통치 시절 주목하기 전까지 사파는 소수부족이 조용히 농사짓고 살던 외진 산골이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도로를 깔고, 빌라를 지어 사파를 알프스 휴양지처럼 즐겼습니다.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건 한참 뒤인 1990년대 들어서입니다. 베트남 최고봉 판시판 산(3143m)을 포함한 산악 지역 일대가 '호앙리엔 국립공원(2002년)'으로 지정되면서 베트남 사람들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자 대부분은 판시판 산을 오릅니다. 하이킹을 하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훌쩍 이동해 구름 위 절경을 감상합니다. 그러나 꼭 판시판 산을 오르지 않아도 좋습니다. 마을 자체가 해발 1500m에 자리하고 있어서 어디 가나 계단식 논과 우람한 산세가 어우러진 파노라마 풍광이 펼쳐집니다. 이 장면만으로 하노이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6시간 달려온 보람이 느껴집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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