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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쩌다 내집에 청소기 4대…그중 가장 쓸모 있는 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41) 

물건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작명센스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나도 많은 물건에 이름을 붙여왔다. 아는 분이 로봇 청소기를 사서 ‘노비’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농담을 듣고 당시에는 사지도 않았던 로봇청소기 이름부터 고민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로봇 청소기를 샀을 때 나는 그간 고민했던 별명을 붙여주었다. 녀석의 이름은 ‘청소 박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 우리 집 청소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였지만 사실 툭하면 장애물에 걸려 ‘바보’ 소리를 더 듣고 있다.

우리 집 로봇청소기는 ‘청소박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우리 집 로봇청소기는 ‘청소박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처음으로 청소기를 본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당시에는 진공청소기라고 불리며 집마다 하나씩 들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렇게 쓰니 흑백 TV 시절 같지만,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에 아이들이 열광하던 시기였다.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하고 나니 당시에는 집에 한 대 있으면 자랑거리였던 청소기가 지금 우리 집에만 4개다.

4개 중 가장 최신 기술과 높은 가격대의 청소기가 아까 말한 ‘청소박사(바보)’다. 로봇청소기를 쓰고 있다고 하면 늘 받는 질문이 추천하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로봇청소기를 추천한다. 매번 청소하기 귀찮은 소파 밑이나 TV장 밑 등을 버튼 한번 누르면 물청소를 해둔다. 다만 카펫이나 러그가 깔린 집에서는 툭하면 걸려서 짜증을 유발할 것이고, 아직은 가격대가 많이 비싼 편이다. 유튜브에서 여러 개의 로봇청소기 비교 영상을 찾아보고 구매한 ‘청소박사’는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오십만원이 넘는다. 운 좋게 괜찮은 중고를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로봇청소기의 경우는 사용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상품이라서 그런지 중고매물이 꽤 많은 편이다.

우리 집 청소기 중 사용 빈도가 가장 낮은 것은 침구청소기다. 침구청소기는 침대와 패드, 이불의 진드기 등을 박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마케팅에 속은 것 같다. 광고에서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진드기를 보여주니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지만, 막상 사고 나니 잘 안 쓰게 된다. 이불을 반듯하게 놓고 마치 다림질을 하듯 청소기를 직선으로 밀어서 사용하는 건데,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세다. 결정적으로 힘들게 청소기를 돌렸음에도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어 보람도 없다. 결국 현재 우리 집 중고판매 1순위가 되었다.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핸디청소기. [사진 코스트코]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핸디청소기. [사진 코스트코]

가장 잘 쓰고 있는 청소기는 접이식 핸디 청소기이다. 방 하나짜리 신혼집에 들어갈 때 혼수로 장만한 것인데, 무선 충전이라 청소가 간편하고 크기가 작아서 보관이 쉽다. 핸디 청소기를 고를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흡입력인데, 가장 강력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의 것을 샀다. 4년째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손이 닿기 어려운 곳의 먼지도 잘 빨아들이고, 가끔은 차에 가져가서 실내 세차를 할 때 사용할 정도로 유용하다. 단점은 강한 흡입력만큼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고 배터리 수명 주기가 짧아 거의 기계의 반값을 치르고 AS를 받은 적도 있다.

우리 집 청소기 사총사의 막내는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끈 무선청소기이다. 무선청소기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영국의 가전제품 브랜드가 먼지봉투가 없는 스틱형 무선청소기를 출시하며 시작되었다. 처음 무선청소기를 접했을 때는 가격이 너무 비싸 누가 저런 걸 사겠냐고 했지만, 어느새 혼수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대부분의 가전제품 브랜드에서 무선청소기가 나와 가격도 많이 저렴해지고 기능도 다양해졌다. 강력한 흡입력과 청소의 편의성은 만족스럽지만, 무거워 손목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단점이다.

진공청소기는 ‘진공’의 원리가 쓰이지 않는다는데 왜 그렇게 불렸을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처음 발명한 사람이 그렇게 불러서라고 한다. [사진 unsplash]

진공청소기는 ‘진공’의 원리가 쓰이지 않는다는데 왜 그렇게 불렸을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처음 발명한 사람이 그렇게 불러서라고 한다. [사진 unsplash]

처음 진공청소기를 접했을 때 서로 청소를 하겠다고 동생과 경쟁을 하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진공청소기의 ‘윙’하는 모터 소리와 바람이 나오는 배출구가 너무나 멋져 보였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감기는 전원선 가지고 장난치다가 다치기도 했다. 어느덧 청소기를 네 개나 가진 어른이 된 지금에야 ‘진공’의 원리가 쓰이지 않는데 왜 ‘진공’청소기라고 불렸을까가 궁금했다. 찾아보니 처음 발명한 사람이 그렇게 불러서라고 하는데,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소년이 느끼기에는 ‘진공’이 붙은 이름이 매우 미래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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