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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옥상서 벌인 음주 도박···결국 엘리베이터 참극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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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놀이 일러스트. 사진 Pixabay

카드놀이 일러스트. 사진 Pixabay

지난해 9월 18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상가건물 옥상. 밤이 이슥해지자 한 무리의 남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양손에는 포커카드, 칩, 그리고 현금이 든 봉투가 들려있었다. 이들은 평소 당구장에서 함께 당구를 치면서 친분을 쌓은 사이였다. 5명이 자리에 앉자 게임이 시작됐다.

카드 4장씩을 받은 뒤 순서에 따라 3차례 교환하면서 배팅하는 속칭 ‘바둑이 도박’이었다. 최종 배팅 후 남은 카드를 비교해 서로 다른 무늬나 낮은 숫자가 적힌 카드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1000원에서 시작한 배팅액은 판을 거듭하며 10만원까지 불어났고 50~60회에 걸쳐 판돈은 94만원 정도가 됐다.

술을 곁들인 도박이 무르익을 무렵, 갑작스레 고성이 오갔다. A씨(52)가 규정을 어겼다며 참여자 중 한명이 지적한 것이다. 화가 난 A씨가 쥐고 있던 칩을 집어던지자 다른 이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며 그를 밀쳤고 시비가 붙었다. 아수라장 속에서 A씨는 B씨(42)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감정이 상한 A씨는 자리를 떴다. 건물 4층 당구장으로 내려온 그는 싱크대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들고 승강기에 올랐다. 승강기에서 B씨와 맞닥뜨린 A씨는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십이지장 장간막이 손상된 B씨는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병원 측은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영구적으로 사지 마비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A씨는 뒤늦게 잘못을 뉘우치며 B씨의 병원 치료비를 자신의 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B씨 가족은 이를 거부하고 카드 결제 승인도 취소하게 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김진원 판사는 특수중상해 및 도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 6개월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장은 “A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20년간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었다”면서도 “A씨의 범행이 내용에 비추어 죄책이 매우 무거운 점, 피해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고 앞으로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점, B씨 가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선고 다음 날 항소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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