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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항소심 결심…윤종섭 ‘新직권남용론’ 놓고 격돌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윤종섭 부장판사의 ‘신(新)직권남용론’ 판결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관들에 처음으로 유죄를 인정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당일 7시간 행적’ 관련 기사를 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송인권)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할 직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檢 ‘新직권남용론’ 5차례 인용…"지적권 있어 직권남용 성립"

검찰은 이날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지난 4월 23일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윤종섭)의 판례만 다섯 차례 언급했다. 최근 법원이 직권남용죄의 성립 조건을 넓히는 추세라고 하면서다. 윤 재판장은 당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일선 법관에 대해 지적(指摘)할 권한이 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사는 “(윤종섭 부장판사의) 관련 사건 1심 판결은 법관에게 명백한 잘못이 있는데 재판의 핵심영역에 어떠한 지적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이라고 했다”며 “사법행정권자의 재판사무에 대한 직무감독은 국민주권 원리에 따라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장의 ‘권한대행’인 수석부장판사는 재판업무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며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반박한 셈이다. 1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는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서는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성근 측 "지적권 존재 자체가 재판 개입 통로, 재판 독립 훼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임 전 부장판사 측 변호인도 “관련 판결은 지적권이 존재한다며 ‘직업적으로 충분히 단련되지 못하거나 나태한 판사’란 표현까지 하는 데 그 자체로 한국 많은 판사를 폄훼하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할 수 있는 위험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의 인사권을 매개로 지적권의 존재가 인정되면 인사권 눈치를 보는 판사들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법관의 독립과 배치가 안 될 수 있느냐"며 "지적권이라는 존재 자체가 법관의 핵심 재판 영역에까지 사법행정권자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며 그 순간 재판의 독립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檢 징역 2년 구형…임성근 "법관 인신공격 상황에서 비롯된 일"

최후진술을 마친 검찰은 이날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개입 사태를 지켜본 국민은 헌법ㆍ법률ㆍ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줄로만 알았던 법관의 뒤에 법원행정처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이 사건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 손상이 말로 못 할 정도로 중대하다”면서다.

임 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자 30년 지기인 윤근수 변호사는 발언 기회를 얻고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 가토 다쓰야 사건은 피고인이 평소 친밀하게 지내온 이동근 부장이 언론 등 주목을 받은 사건을 맡아 관심을 갖고 조언해준 것”이라며 “이동근 부장은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어서 재판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도 “당시 자신의 입장과 다른 재판 결과가 나오면 법관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일어나 저로선 어떻게 하면 법관들을 막아줄 수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들 모두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이 사건은 해당 사건을 재판한 판사들 명예에 관한 재판이기도 한 만큼 재판부에서 잘 판단해주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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