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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적은 미국 아닌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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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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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G7 정상들이 처음으로 중국을 ‘동맹국이 해결해야 할 도전’이라고 규정했지만 중국은 외부에서 보는만큼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G7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B3W(Build Back Better World) 이니셔티브에 합의했다. 서방 외신은 “중국의 대외 원조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필적하는 것”이라고 전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계획이 언제 시작될지, 궁극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본을 할당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며 평가 절하했다. 재정 적자 문제가 시급한 G7이 40조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재조사 문제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이들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액션플랜은 없다고 본다. 회담 과정에서 일부 유럽 지도자들이 중국의 기후 변화 대응과 무역에 관한 협력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중 기류가 강해지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유럽·일본 간 무역 규모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은 중국의 든든한 ‘뒷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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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두 가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나는 ‘통일전선’. 대만과 홍콩에 대한 서방의 견제에 움츠리기는커녕 공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나토(NATO)가 중국의 ‘야망과 독단적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핵 폭격기 4대를 포함한 역대 최대 규모의 중국 전투기 28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갔다. 홍콩에선 “외세와 결탁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혐의를 앞세워 반중 매체를 손봤다. 빈과일보 편집국장이 체포됐고 자산이 동결돼 신문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으로 중국은 국내 불균형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1980년대 중국 개혁 개방의 목표는 원래 공동 번영이었다. 중국은 41년 전 상하이와 선전에 경제특구를 만들었던 것만큼 중요성을 부여하며 저장성에 ‘공동부유(共同富裕)시범구’ 건설을 시작했다.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국제 질서에 대한 존중을 내세워 서방의 압력을 정면 돌파하려 한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왜 날로 커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선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반중감정이 반일감정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시사인).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반중감정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시점에서 중국의 적은 미국이 아니라 민심일 수 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