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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 『뺨에 묻은 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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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뺨에 묻은 보석

뺨에 묻은 보석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고(지금은 깊다는 말이 아니다)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왜 해야 하는가) 만물의 원리에 대해 제대도 된 설명을 해내지 못하던(사실은 안 한 것이다) 그런 시절에, 난 나의 지적 결핍을 지레짐작 또는 억지 해석으로 메우려 애썼다. 그러니 내 글쓰기의 스승이라고 한다면 그런 나를 밟지 않고, 자신의 모범 세계로 끌어당기지 않고, 저 미친놈 보라며 손가락질하지 않은 모든 분들이 될 것이다. 모진 훈육도 가끔 그러는 모양이지만, 때론 넉살 좋은 방관이 한 사람의 인생을 그럴듯하게 쌓아올려 주기도 한다.

박형서 『뺨에 묻은 보석』

글쓰기, 문학에 대한 소설가 박형서의 산문집. “모든 글에는 하나의 단어가 다른 단어와 연결되는, 하나의 장면에 다른 장면이 이어지는, 하나의 관념과 다른 관념이 결합되는 작가만의 방식이 있다. 나는 이 소설이 품고 있는 브라우티건의 방식들, 느낄 수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스타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 “어쨌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자존감 외에는 잃을 게 별로 없는 신분이니만큼 더 많은 용기, 더, 더 많은 용기. 그로써 일생이 피투성이로 나뒹굴지라도 마침내 그의 이름은 영원의 성전에 새겨진다.”

작가는 “없어도 무방한 문장이 소설 안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지 말라” 혹은 “(글의 의도나 복선은) 꽁꽁 숨겨라. 하지만 반드시 들키게 만들어라”던 스승의 가르침도 전한다. “망신의 아픔은 상찬의 기쁨보다 오래간다. 또 그만큼 길게 도움이 된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