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975억 몰렸다…'개미무덤' 된 불법 FX마진거래 수법

중앙일보

입력 2021.06.17 13:59

업데이트 2021.06.17 14:17

피의자가 운행한 차량(왼쪽)과 안방 금고에 있던 현금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피의자가 운행한 차량(왼쪽)과 안방 금고에 있던 현금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정상적인 FX마진거래 사이트처럼 속이고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 FX마진거래 사이트 운영해 118억 챙긴 20대 2명 구속 

경찰이 적발한 불법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이 적발한 불법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불법 사설 외환 차익거래 사이트를 운영해 부당이득 118억원을 챙긴 혐의(도박공간개설 등)로 20대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월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만든 뒤 올해 2월까지 1년 넘게 해당 사이트를 운영해왔다. 그동안 회원 1만1000여명으로부터 1975억원을 받아 수수료 118억여원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다. 예를 들어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달러를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특정 해외 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한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A씨 등이 운영한 사이트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사설 사이트였다. 이들은 회원들이 1~5분 정도 짧은 시간 내 환율 등락에 돈을 걸도록 했다. 맞추면 수수료 13%를 뺀 뒤 투자금의 1.87배를 지급했다. 틀리면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우연에 기대어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하는 거다. 일종의 홀짝 게임과 비슷한 도박 행위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수개월 내 회원 1만 명 유치” 

피의자 휴대전화에    회원들로부터 입금받은 베팅금 내역을 확인하는 장면.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피의자 휴대전화에 회원들로부터 입금받은 베팅금 내역을 확인하는 장면.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A씨 등 3명은 모두 20대 후반이라고 한다. 유사 전과가 1건 이상씩 있는데, 이들은 다른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에서 지점장 등을 하다가 서로 알게 된 사이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문제가 된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본사-총판-지사-지점 구조를 갖추고, 유튜브·블로그로 홍보하는 등 다단계식 운영을 해왔다”며 “FX마진거래 사이트가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돈벌이 수단인 것처럼 광고해 수개월 내 1만 명 넘는 회원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 일당은 벌어들인 돈으로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수입차를 끄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가진 수입차와 부동산 등 40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맘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법원 처분을 뜻한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2019년 5월부터 현재까지 A씨 등이 운영한 사이트 등 불법 FX마진거래 사이트 5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합법 투자, 간편한 투자”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회원을 모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 사이트 범행 규모를 합하면 가입 회원 16만여 명, 입금액은 1조 3000억원이다. 사이트 운영자 등 적발된 사람 238명 가운데 5명이 구속됐다. 이들의 범죄수익은 11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박과 투자는 달라요…‘파인’ 확인해야

금융감독원의 '파인'(fine.fss.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에서 금융당국의 인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파인 캡처

금융감독원의 '파인'(fine.fss.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에서 금융당국의 인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파인 캡처

경찰은 “도박과 투자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는 뉴스 등을 접한 뒤 잘 알아보지도 않고 FX마진거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금융당국 인가 없이 단기간 환율을 예측해 돈을 거는 방식의 거래는 “일종의 게임 혹은 도박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은 정상업체인지를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5분 이하 짧은 시간 안에 방향성을 맞추고 손익을 정산하는 유형은 십중팔구 도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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