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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삼성전자가 위기? 메모리는 선두, 파운드리는 역전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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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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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생산했다고 하는 ‘176단 3차원(D) 낸드’ 제품을 구하는 게 관심거리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11월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이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6일 “연구용으로 제품을 구하려고 지난 1월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다섯 달이 지난 지금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이 제품이 풀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 “176단 3D 낸드 개발” #사실이면 삼성에 6개월 앞서지만 #제품 존재 미궁…업계 “기술 과장”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 TSMC #5㎚ 공정 비율 20%대로 올릴 방침 #삼성, 4㎚ 양산 성공하면 추격 속도

마이크론이 176단 3D 낸드를 출시했다면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128단 V낸드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176단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겉으로 봐선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에 6개월~1년 뒤진 모양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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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마이크론은 점유율 11.1%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마이크론이 지난해 신제품 양산을 발표하자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에 메모리 반도체 기술 1등을 내줄 수도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선 대만 TSMC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14㎚(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D램을 개발했다고 선언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15㎚ D램보다 앞선 제품이다. 그동안 기술의 ‘초격차’를 전략으로 내세웠던 삼성전자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기술력을 과장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후발업체는 선도 기술을 추격하는 구도라서 (선발업체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선두”라고 말했다.

낸드에서 3차원 구조 기술은 삼성전자가 2013년 세계 최초로 내놨다. 칩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단을 구성하는 셀의 크기를 축소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셀 자체의 평면적과 높이를 최대 35%까지 줄였다. 셀이 서로 간섭하는 현상을 제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단을 쌓기 위해 구멍을 뚫는 기술(싱글 스택 애칭)도 중요하다. 예컨대 100단을 쌓으려면 10억 개 넘는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 구멍을 뚫는 기술이 우수할수록 수율(완제품 비율)이 높아진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발표한 반도체 기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전자가 올해 발표한 반도체 기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0건이 넘는 신기술 개발 소식을 내놨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하반기에 14나노 D램과 7세대 V낸드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예전 같으면 영업비밀 차원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개발 소식을 공개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하는 모양새”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7%로 2위다. 삼성전자는 2015년 14㎚에서 파운드리 공정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7㎚, 현재는 5㎚를 도입한 상태다. 하반기에는 4㎚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54%)인 TSMC는 올해 5㎚ 공정 비율을 20% 이상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4㎚ 공정의 양산에 성공한다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수율이다. 4㎚ 공정은 5㎚보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고객사에 그만큼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TSMC가 쌓아온 세부적인 기술력도 삼성전자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버추얼 연구개발’(R&D)이란 새로운 파운드리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VLSI 2021)에 기조연설자로 나와서다. 버추얼 R&D는 제품 디자인부터 테스트·패키징까지 모든 칩 제조 과정에 관여해 고객사를 지원하는 모델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차세대 주력 공정으로 꼽히는 3㎚가 삼성전자와 TSMC의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3㎚부터 트랜지스터의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TSMC가 범접할 수 없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고객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반도체 기술 개발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공모전(A랩)을 하고 있다. 심사를 거쳐 최종 아이템으로 선정되면 해당 직원은 1년간 현업을 떠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기회를 얻는다. 삼성전자는 “이전의 공모전이 우수 아이디어 선정에 그쳤다면 A랩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주 산업2팀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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