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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쌀때 쟁여두자"..지난달 달러예금 92조원 '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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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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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62)는 최근 주거래 은행을 찾아 달러예금에 1억원을 맡겼다. 연말까지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줄을 잇자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그는 “내년까지 달러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값이 쌀 때 미리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를 사들이려는 수요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1년 5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환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0.2%(1억7000만 달러) 늘어난 819억5000만 달러(약 91조6201억원)로 나타났다. 연초(761억6000만 달러) 이후 넉 달 사이 57억9000만 달러 불어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맡긴 달러예금을 의미한다.

이 중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은 181억5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6000만 달러(0.6%)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인 달러화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인 달러화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달러예금에 투자자가 몰린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격이 저렴할 때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원화가치(종가 기준)는 1110.9원으로 한 달 전(1112.3원)보다 1.4원 상승(달러가치 하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개인은 환율이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달러를 사두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달도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개인의 달러화 예금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달러화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만일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자산가들은 이미 시장 변동성을 대비해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는 게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중은행 PB는 “최근 고액 자산가들은 하반기 테이퍼링 우려 등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 초 펀드와 주식으로 차익을 실현한 고객들은 물가연동채권, 달러 등 안전자산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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