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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따낼까, 얼마를 질렀을까…신동빈·정용진 ‘이베이 맞대결’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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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左),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右)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左),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右)

'조용한 승부사'냐 vs 66만명 팔로워의 '인싸'냐

이번 주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이 결국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파전으로 좁혀졌다. 국내 소매(리테일)시장 규모는 약 160조원. 이 시장에선 지금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신세계, 신흥 강자로 부상한 쿠팡·네이버 등이 각축전을 치르는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 앞에는 어느 순간부터 '전통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현재의' 강자로 꼽히는 쿠팡과 네이버, G마켓·옥션(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과 대비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e커머스)으로 옮겨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e커머스시장에서 롯데와 신세계는 졸지에 추격자가 됐다. 이베이코리아는 그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래서 둘 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목을 맨다.

[뉴스원샷]장정훈 팀장의 픽

이베이 몸값 5조원 적절한지 고민  

하지만 이베이코리아가 희망하는 몸값 5조원을 놓고는 롯데나 신세계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5조원씩이나 주고 인수해야 하는 저 자신도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래서 둘 다 이베이코리아 입찰에 적어낸 금액은 5조원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가져갈지도 관심거리지만 얼마에 가져갈지에도 이목이 쏠려 있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도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e커머스시장에서 점유율 12%를 갖고 있지만, 경쟁력에선 의문의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당장 e커머스시장 점유율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e커머스시장에서두가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풀필먼트(fulfillment)와 개방형 플랫폼 중 어느 것도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먼저 풀필먼트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포장해 배송하고, 교환 및 환불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전체 프로세스다.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시장을 제패한 비결이고, 쿠팡 역시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로켓배송을 더해 국내 최강자가 됐다. 이베이코리아도 경기도 동탄에 풀필먼트센터가 있다. 쿠팡 같은 스마일배송도 있다. 하지만 쿠팡만큼 강력한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체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보증권]

업체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보증권]

또 e커머스 시장에서 플랫폼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e커머스 시장은 G마켓·옥션 같은 오픈마켓, 검색기능을 앞세운 네이버 같은 포털, 롯데ON이나 SSG같은 종합몰, 또 특성화한 전문몰간의 복마전이 됐다. 최근엔 특히 패션을 중심으로 SNS(유튜브·페이스북)·인플루언서·라이브 커머스·메타버스 등으로 플랫폼이 분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유튜브는 ‘쇼핑 익스텐션’을 통해 동영상을 보다 태그를 누르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 편한 더 재밌는 플랫폼이라야 미래에도 고객을 잡을 수 있다.

이베이 인수하면 네이버·쿠팡과 3강?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G마켓과 옥션에 입점한 셀러(판매자)와 구매자 데이터를 일거에 확보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 12%를 기반으로 쿠팡과 네이버에 맞서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셀러나 소비자는 어항 속에 갇혀있는 물고기가 아니다. 요즘 셀러나 소비자는 더 싼 판매수수료 혹은 100원이라도 더 저렴한 플랫폼을 찾아 이동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일 뿐이다. G마켓이나 옥션이 쌓아둔 이들의 아이디(ID)나 패스워드(PW)는 순식간에 그저 0과 1이 반복되는 무용지물로 서버만 차지할지 모른다.

현대석유화학이나 삼성정밀화학 등 굵직한 M&A로 롯데케미칼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화학사로 키운 신동빈 회장, '용진이 형'으로 불릴 만큼 강한 대중 소통력과 종합쇼핑몰 스타필드를 개장하고 야구단 SK와이번스나 여성패션 편집몰 W컨셉(W Concept)을 과감히 인수하며 날카로운 사업 감각을 자랑하는 정용진 부회장. 이들이 이베이코리아에 과연 5조원을 질렀는지, 또 이베이코리아를 품고 나서 혹은 빼앗기고 나서 각각 어떤 표정을 지을지 조만간 결과가 나온다.

장정훈 산업1팀장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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