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36) 국민의힘 신임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이를 두고 “모 아니면 도”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대교체의 선봉에 나선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잘 이끌 수 있다면 차차기 대선의 주인공은 이준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가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계파색이 뚜렷한 그가 과연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당내 대선 주자 중 한명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것에서 비롯된 걱정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1년 말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유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두 사람은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영남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첫 인사가 될 사무총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에 따라 대선 경선의 공정 경쟁이 가능할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무총장은 대선 과정에서 당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배분하는 등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자리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람을 앉힐 경우 다른 대선 주자들이 모두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인사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점을 두고선 이 대표가 ‘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에서 안 대표와 함께 활동했던 이 대표는 이른바 ‘안철수계’ 인사들과 최근까지도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다만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가 만약 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이고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라며 “제가 안 대표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온 세상이 알기 때문에 조금만 불이익이 나와도 ‘이준석이 안철수를 싫어해서 그런다’ 이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인데, 이에 국민의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야권 통합의 문제는 개인의 사감에 따라 좌지우지될 문제가 아니다. 이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논쟁을 즐기는 이 대표의 직설적인 화법 등으로 인한 설화(舌禍) 가능성도 당 안팎에서 꼽는 ‘이준석 리스크’ 중 하나다. 수도권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지금 시점에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하면 그건 바로 국민의힘의 당론으로 비칠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개인이 아닌 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을 견뎌야 한다. 이를 버텨낸다면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정치 지도자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일회용 불쏘시개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