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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과반수 정권 몫' 국가교육위법 통과에 교원단체 반발

중앙일보

입력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간사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국가교육위원회법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간사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국가교육위원회법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이 여당 단독 표결로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야당과 보수성향 교원 단체는 국가교육위 위원 21명 중 절반 이상이 친정권 인사로 구성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교육 정책을 만들기 위한 국가교육위가 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자 여당 단독으로 표결했다. 지난달 13일 교육위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지 29일 만이다.

'백년지대계' 만들자는데…위원 과반수 정권 몫 

국가교육위원회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홍준표·유승민·안철수·심상정 등 다수의 후보자가 내걸었던 공약이다. 교육 정책이 정권마다 바뀌지 않도록 정권을 초월한 위원회를 만들어 장기적인 교육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유기홍 위원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유기홍 위원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위원회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다. 이번에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21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 교육감협의회 대표자, 교원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추천 1명,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추천 1명, 시도지사협의체 추천 1명이다.

야당은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 지명과 국회 추천 인원만을 포함해도 반수 이상이 정권 편향적으로 구성될 거라 주장한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교육위는 문재인 정권 성향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정치 편향 인사 알박기이자 행정비효율을 초래하는 교육부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는 지난달 이 법안이 안건조정위에서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최소 11명이 정권몫이 됐다"며 "국가교육위에 오르기 위해 권력에 줄서고 입성한 다음에는 정부 입맛에 맞는 결정을 하기 위해 줄서기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 "친전교조 인사 위주로 운영될 것"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논의가 오갔지만 정권 5년차에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논의가 오갔지만 정권 5년차에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교육계에서도 정권 편향적인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총은 10일 성명을 내고 "정권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들의 핵심 교육정책을 차기 정권에까지 이어지도록 대못 박기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도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일사천리로 처리해 정권의 일방적인 교육정책 수립에 절차적 정당성만 부여해주는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현 정부 하에서는 국가교육위가 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인사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 친전교조 인사가 다수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교육정책포럼에서 "현 국가교육회의만 봐도 일부 노조 출신의 소수 전문가와 중심의 하향식 정책 결정 방식으로 사회적 갈등 해소에 실패하며 문제를 악화했다"며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자 다수의 독재기구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편향성 논란이 커지자 법안을 발의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날 의결을 마친 후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성취하려는 목적이 워낙 중대하기 때문에 의결하게 됐다"며 "위원회가 편향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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