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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 中 vs 인도 갈등, 기후변화가 더 부추긴다고?

중앙일보

입력

"점점 악화하고 있는 기후 위기가 핵보유국인 중국과 인도 간 안보 경쟁을 부추길 것이다."

국경 분쟁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정치, 경제적으로도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갈등이 기후 위기로 인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의 국경 분쟁 지역에 군을 파견하는 인도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의 국경 분쟁 지역에 군을 파견하는 인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우드웰 기후 연구 센터(Woodwell Climate Research Center)가 안보연구기관과 함께 '2040년까지 일어날 기후변화가 중국과 인도와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연구한 결과다. 안보 전문가와 기후 과학자들이 함께한 연구이기에 신빙성이 높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특히 7월과 9월, 인도 북동부의 브라마푸트라강(티베트 지역에서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로 흐르는 강)에 큰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이 지역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이 크고작은 홍수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구온난화로 그 위험이 훨씬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문제는 중국이 한창 추진 중인 댐 건설이 이런 위험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자국에선 얄룽창포강, 인도에선 브라마푸트라강으로 불리는 이 강에 대규모 댐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측이 이 강에 지었거나 운영을 계획 중인 수력 발전 프로젝트는 최소 11개에 달한다. 댐과 관련해 자칫 문제라도 생기면 그 피해는 하류 지역에 있는 인도가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협력해 인더스강에도 댐을 건설 중이다.

인더스강은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해 인도 카슈미르를 지나 파키스탄을 관통한다. 중국 정부가 밀어붙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은 물론이다. 인도가 반대하거나 말거나 이 댐 프로젝트를 둘러싼 중국과 파키스탄의 협력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인도의 안보 갈등에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다"(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라다크 지역의 인도군 [AFP=연합뉴스]

라다크 지역의 인도군 [AFP=연합뉴스]

더 큰 문제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도 지역에 홍수가 잦아지면, 인도 측에서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물을 흘려보냈다'고 오해할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단 점이다. 더 디플로맷은 "지금처럼 양국 간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그런 오해가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 중인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고도가 높고 혹독한 추위로 유명한 라다크의 서부 지역도 온난화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점차 추위가 누그러들 수 있단 뜻이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병력이 이 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 "당연히 더 많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는 인도 카슈미르 지역 [EPA=연합뉴스]

기후변화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는 인도 카슈미르 지역 [EPA=연합뉴스]

결론적으로 기후 위기가 그렇지 않아도 으르렁대는 두 나라를 더 큰 갈등으로 몰아갈 수 있단 얘기다.

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경 지역에 조기 경보 시스템과 비상상황 대응 절차 등을 마련하고 양측이 함께 자연재해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 디플로맷은 "이미 중국은 메콩강 수력 발전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주변국들과 마찰을 일으킨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상류 지역에 있는 중국이 먼저 나서서 포괄적인 강 관리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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