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공산당, 지난달 집행위원 12명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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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계 여성들이 1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입원 소식에 쿠바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마이애미 로이터=연합뉴스]

'카스트로 이후' 쿠바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급격한 변화보다는 일단 라울 체제로 연착륙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카스트로가 이미 오랫동안 권력 이양을 준비해 왔으며, 후계자 라울 카스트로의 입지도 비교적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쿠바 경제도 최근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장 민심 이반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만만찮은 외부 변수가 있다. 여기에 절대 권력자의 공백이 더해지면 권력 투쟁 등 내부 붕괴가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집단 지도체제로"=카스트로는 1일 성명을 통해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양호하며 권력 이양이 일시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카스트로 이후'는 이미 쿠바 내부에서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계산된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를 "권력 이양 계획을 시험해 보는 일종의 리허설"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 향후 쿠바가 카스트로 1인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체제에서 집단 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쿠바 공산당은 지난달 카스트로 형제가 포함된 12명의 집행위원을 선출했다. 나머지 위원은 대부분 1970년대 이후 정계에 편입된 차세대 정치인이다. 이들 중 대표 주자로는 펠리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과 경제 수장인 카를로스 라헤가 꼽힌다.

형보다는 못하지만 동생 라울 카스트로의 국정 장악력은 상당하다는 평이다. 그는 59년 집권 이후 줄곧 2인자 자리를 놓치지 않은 막후 실세다. 특히 약 50년간 쿠바 혁명군을 이끌면서 군부를 장악한 게 큰 강점이다. 일부 외신에선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사후의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진행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 "내부 붕괴 가능성도"=그러나 라울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압박해 오는 미국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또 라울이 이미 75세의 고령인 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못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내부로부터의 붕괴' 가능성이다. 특히 소련이 붕괴한 90년대 이후 성장한 젊은 세대가 변수다. 카스트로는 이들을 단속하기 위해 '공산주의 청년동맹'을 조직, 쿠바판 '문혁'을 벌여 왔다. 그는 지난해 말 연설을 통해 "미국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혁명은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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