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글로벌 법인세 개혁’ 합의…100년 시스템 뒤집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7 00:04

업데이트 2021.06.0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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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G7 재무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의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법인세율을 최소한 15%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가운데는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G7 재무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의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법인세율을 최소한 15%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가운데는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지난 5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의 최저 법인세율(15%) 합의는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을 겨냥한다. 이런 기업들은 그동안 조세 회피처를 활용해 최소한의 세금만 내왔다.

각국 최저 법인세율 15%로 추진
빅테크 ‘조세회피처 꼼수’에 제동
미국, 기업탈출 막고 세금 확보
유럽 ‘구글세’ 8년 논쟁 끝낼 기회
“첫 단계일뿐” OECD 합의 등 남아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아직 최종 기준은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기술기업들이 새로운 규칙의 교차점에 설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은 새로운 (법인세) 계획에 대부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페이스북과 구글 등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구글은 “G7 합의는 국제 세금 시스템의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환영할 만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체계도 수술대에 올랐다. 다국적 기업이 거둔 이익 중 일부분은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법인세로 걷는 방안이다. 지난 100년간 글로벌 법인세 체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은 2013년부터 글로벌 최저 법인세 등을 논의해왔다. 139개국 간 협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IF)도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입장 차이가 커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기업만 피해를 본다며 관련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는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를 만들어 대형 기술기업에 부과했다. 그러자 미국은 유럽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OECD 주요국 2020년 법인세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주요국 2020년 법인세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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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입장은 달라졌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정부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자칫 법인세 부담이 커진 미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미국으로선 이런 기업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최저 법인세율의 합의가 필요했다.

유럽에선 미국의 반발과 무역보복 없이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세금으로 거두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최저 법인세율의 합의로 이어졌다. 옐런 장관은 “이번 합의로 법인세 바닥 경쟁을 끝내고 미국과 전 세계의 중산층,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G7의 합의로 중요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당장 다음달 9~10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중요한 고비다. 오는 10월 OECD 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수낙 장관은 “G7 합의는 단지 첫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법인세율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국가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12.5%로 적용한다.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도 남아있다. 미국은 이번 합의로 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디지털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 나라는 이번 합의를 실제로 시행할 때까지는 디지털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안에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미국 기업에 손해라며 반대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저 법인세율을 실제로 시행하는 데까지 길게는 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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