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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1000만원 3% 대출 '기본금융법' 등장…與 주자들 '브랜드 입법' 경쟁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용소폭포에서 열린 경기도 청정계곡 생활SOC 준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2일 기본금융 토론회에는 코로나19 능동감시 때문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용소폭포에서 열린 경기도 청정계곡 생활SOC 준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2일 기본금융 토론회에는 코로나19 능동감시 때문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이재명표 ‘기본대출’이 2일 구체적 법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소외계층 중 우선 만 19세~34세 이하 청년층에 최대 1000만원을 연 3% 저금리로 대출해주자’는 게 기본 틀이다. ‘기본소득’, ‘기본주택’에 이은 이 지사의 세 번째 정책시리즈가 현실화 시동을 걸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 간 ‘브랜드 정책’ 입법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약탈적 금융체계 교정”

경기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민주당 의원 41명과 공동주최로 기본금융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성공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기본금융의 핵심 정책인 기본대출법(서민금융법·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안) 대표 발의 내용을 보고했다.

‘햇살론’ 사업을 진행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 보증과 이자 차액 보전을 떠안는 방식으로 저신용자에게 긴급 대출을 해주도록 만든 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 의원은 “시행 첫해 대출 수요자를 200만명으로 추산하고 연체율을 10%로 가정했을 때, 첫 시행 5년간 연체에 따른 보증비용은 연평균 8000억원, 이자 이차보전액은 36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지출된다”고 주장했다.

2일 민주당 의원 41명 공동주최로 기본금융 토론회에는 안민석 박홍근 김병욱 김영진 임종성 박성준 이규민 이동주 의원 등 이재명계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소속 현역 국회의원 약 20명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청

2일 민주당 의원 41명 공동주최로 기본금융 토론회에는 안민석 박홍근 김병욱 김영진 임종성 박성준 이규민 이동주 의원 등 이재명계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소속 현역 국회의원 약 20명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청

당장 법안에 세부적인 대출 금리·조건 등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현금 보유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청년부터 시작해 점차 대상자를 확대해 나가도록 법안을 개정하면 충분히 전 국민 대상 기본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김 의원을 비롯한 이 지사 측 계산이다.

코로나19 능동감시로 행사에 오지 못한 이 지사는 서면 축사를 통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에게 고금리 이자를 부여하는 건 하후상박, 억강부약의 공동체 원리에 어긋난다”며 “약탈적 금융체계 교정 장치가 필요하다. 기본금융 정책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선 내년인데…“발의 먼저”

민주당에서는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구체적 법안 설계로 경쟁력·주목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선이던 20대 국회 때부터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박용진 의원은 1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가 6년을 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황제나 왕도 누가 추대하면 사양하다가 맡는 것이 동서고금의 유례”라며 해당 법안이 “금융 황제 금지법”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의원(사진 왼쪽)과 박용진 의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의원(사진 왼쪽)과 박용진 의원. 임현동 기자

“창업 국가”를 기치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의원도 정책 공약 법안화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디지털집현전법’이 그의 최근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10대 입법과제 중 하나다. 이 의원 캠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산업은행을 창업은행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 등을 추가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3월까지 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의 ‘신복지’ 핵심 입법과제는 손실보상법·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 등 ‘상생연대 3법’이다. 야당이 동참 의사를 표한 손실보상법은 6월 국회 처리가 논의되고 있지만, 나머지 두 개 법안은 상대적으로 논의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익공유제의 경우 ‘금융판 이익공유제’라 불리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 등이 지난달 먼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가가 20살이 되는 청년에게 1억 원짜리 미래씨앗통장을 주자”고 제안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사회적 상속’의 법제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앞서 “연 10조원 이상 나오는 상속, 증여세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운용하면 연간 25조원 정도의 필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왼쪽)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오른쪽) 중앙포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왼쪽)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오른쪽) 중앙포토

다만 치열한 내부 전투를 앞두고 제출된 개별 주자들의 법안이 실제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실제로 경쟁 캠프를 향해 “발의가 뭐가 어렵나. 일종의 ‘코스프레 법안’ 아닌가”(캠프 보좌진)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특정 후보의 브랜드 법안을 당 차원에서 밀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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