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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 가야 해?" 베트남·인도로 떠난 기업들이 고민에 빠진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멈출 수 있을까.

대만의 폭스콘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의 폭스콘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과 정치적 갈등을 피해 중국 밖으로 공장을 옮겼던 기업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 CNBC 방송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옮겨갔던 여러 기업이 '컴백'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들 나라에서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유턴' 고려하는 기업들

중국에 있는 폭스콘 공장 [사진 셔터스톡]

중국에 있는 폭스콘 공장 [사진 셔터스톡]

거대한 인구와 드넓은 시장을 두고 중국에 이어 '글로벌 생산기지'를 노려왔던 인도 정부는 전염병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중 무역 전쟁,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사업 철수를 원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바라본 곳이 바로 인도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각종 혜택과 지원으로 이들을 적극 유치한 덕도 컸다.

대표적인 기업이 대만의 폭스콘이었다. 애플 최대 위탁 생산 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은 지난해 중국의 아이폰 생산 공장 일부를 인도 등지로 옮겼다. 폭스콘이 인도에 공장을 더 짓기 위해 약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딱 1년 만에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 [EPA=연합뉴스]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 [EPA=연합뉴스]

지난 4월 2차 대유행이 시작돼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 가까이 나오면서 공장들을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가 큰 남부 타밀나두주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선 아이폰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인도에 생산 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LG전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한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아예 시설 보수에 나서는 등 사력을 다해 대응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가 너무 많아서다.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으며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국 중 한 곳으로 꼽혔던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업체들이 늘며 일부 지역의 공단 부지 가격이 오르기까지 했지만, 현재 분위기는 침울하다. 폭스콘 공장이 있는 북부 지역에선 폐쇄령이 내려지는 등 제대로 공장을 운영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베트남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맞았다. [EPA=연합뉴스]

베트남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맞았다. [EPA=연합뉴스]

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런 상황이 중국 입장에선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와 베트남의 팬데믹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넥스트 차이나'로 꼽힌 국가들의 위기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현재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겠지만, 인도와 베트남의 공장들이 조만간 생산을 재개하게 된다면 하반기에는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직 변화를 말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만약 여름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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