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월부터 반팔티·수영복 샀다"…백신 앞세운 보복 벌써 시작

중앙일보

입력

해수욕장 부분 개장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다. 뉴스1

해수욕장 부분 개장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다. 뉴스1

#1. 서울 중구의 워킹맘 임모(36) 씨는 최근 홈쇼핑에서 청바지 3벌에 이어 쇼핑몰에서도 옷 7벌을 한꺼번에 샀다. 지난해 운동을 끊었다가 몸무게가 7㎏ 늘어 기존에 입던 옷은 맞지 않아서다. 임 씨는 31일 “작년엔 옷을 한 벌도 안 샀지만 이제 다시 나갈 일이 많아졌고 맞는 옷도 없고해서 한꺼번에 여러 벌을 샀다”며 말했다.

#2. 올해 골프에 입문한 직장인 이모(45) 씨. 지난달 골프채 두 개를 산 데 이어 최근 골프가방과 신발도 구입했다. 전업주부인 부인은 지난 30일 백화점 행사장에서 값비싼 우드 도마와 와인잔을 샀다. 아이 친구들 엄마와 밖에서 만나기 어려워 집에서 모이다 보니 소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우리 부부는 여행을 못 가다보니 골프와 홈파티에 각각 재미가 붙었다”며 “아내가 작은 사치를 좀 하는 것 같은데 나도 마찬가지라 뭐라고는 못하겠더라"며 웃었다.

2월부터 여름옷 샀다…매달 2배씩 껑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굳게 닫혔던 지갑이 다시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소비를 하기 시작했고,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켜면서다. 예년보다 여름이 빨라지고 올해는 평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예보에 일찌감치 여름 준비에 나선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이 지난해는 5월 30일이었지만 올해는 5월 14일로 앞당겨졌다.

실제로 롯데온의 경우 여름 의류 매출이 2월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5월까지 매월 2배 이상 증가했다. 반팔 티셔츠는 올 2월 매출이 지난해 5월보다 13% 넘게 늘었고 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수준이다. 여름 휴가철인 6~7월에 가장 많이 구매하는 ‘수영복·비치웨어’도 2월부터 매출이 크게 늘었다. 5월에도 지난해보다 163.1%가 늘었다. 지난해 마스크 착용 때문에 저조한 매출을 보였던 립스틱 같은 색조 화장품도 5월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팔리고 있다.

이마트24에서 한 소비자가 아이스크림 행사 상품을 골라 담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에서 한 소비자가 아이스크림 행사 상품을 골라 담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여행ㆍ공연 수요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타임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25일) 제주 지역 숙박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배 넘게 늘었다. 리조트(95%)나 호텔(124%), 펜션(127%) 숙박권 매출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5월(1~23일) 들어 제주행 항공권 예약도 지난해보다 76% 늘었다. 상반기 기준 뮤지컬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전시회는 4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여행ㆍ전시도 ‘숨통’…항공권 3900원 특가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면서 여름 수요를 선점하려는 유통가도 바빠졌다. SSG닷컴은 아예 6월 한 달 내내 초대형 쇼핑 축제인 ‘슈퍼 스케일 나인 SS9’ 행사를 시작했다. 구매실적이 없어도 기존 VIP에게 주던 한 달간 10%, 7%, 5% 할인쿠폰(최대 1만원 할인) 9장을 모두에게 뿌린다. 롯데온은 지난 28일부터 6월 6일까지 ‘미리 온(ON) 썸머’ 행사를 열고 매일 최대 5개 여름 상품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 티몬은 6월 한 달간 ‘얼리썸머 페스티벌’을 열고 항공권과 렌터카, 숙박 상품을 특가에 판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편도 제주 항공권을 3900원에 팔기도 한다. 제주 렌터카 업체들도 쏘나타나 K5 같은 중형차를 6만4900원에 빌려준다.

롯데온 권오열 영업총괄팀장은 “최근 백신 접종과 함께 야외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의류와 색조 화장품, 캠핑 및 스포츠ㆍ레저 등의 실적이 좋다”며 “백신 접종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85@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