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로벌 아이

도쿄올림픽을 포기 못하는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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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윤설영 기자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X-day’라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 도쿄올림픽 취소를 선언하는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시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사퇴하는 날을 의미함은 물론이다. “일단 올림픽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던 예측은 점차 빗나가고 있다. 올림픽 무드를 타고 자민당 총재선거 재선, 중의원 선거 압승까지 계산했던 스가 총리의 꿈도 백일몽에 그칠 듯하다.

한 두 달 사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3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7%p 떨어진 40%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945년 패전, 90년대 경제 패전에 이은 3번째 패전”이라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든 상황이 올림픽 취소를 가리키고 있지만 그래도 X-day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림픽 개최가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스가 정권의 기본 인식이다. 올림픽 기간 일본을 찾을 인원은 당초의 절반 수준인 10만명 이하로, 이들조차도 ‘버블’ 안에서 계획대로 움직인다. “수차례 테스트대회를 열었지만 그로 인해 코로나가 확산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글로벌 아이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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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정부 커뮤니케이션의 부족”, “불안을 조장하는 일부 언론들이 문제”(관저 관계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고장 난 녹음기처럼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스가 총리의 소통능력 부족을 탓하는 논조가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는 언론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만에 하나 도쿄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반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는 상황은 일본으로선 떠올리기조차 싫은 상상이다. ‘코로나와 싸워 이긴 징표’를 중국에 빼앗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치시타 나루시게 정책연구대학원대학 부학장은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고, 반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일본은 지는 태양, 중국은 떠오르는 용’이라는 스토리로, 아시아 파워 시프트(Power shift)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극복하고 아시아 넘버 원으로 재도약하려던 구상이 파워게임의 완벽한 패배로 전락하는 건 끔찍한 시나리오다.

스가 정권으로선 올림픽 강행을 요구하는 보수 우익 세력과 일반 국민들의 정서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어 선택이 곤란한 처지다. 아베처럼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는 스가 정권은 여론의 지지가 곧 모든 것이다. 혼돈의 시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올림픽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52일이다.

윤설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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