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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혹 해소 없이 김오수 임명 강행, 민심 거스르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1일 김오수(오른쪽)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서 살아 있는 권력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1일 김오수(오른쪽)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서 살아 있는 권력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오전에 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면서 야당이 강하게 반발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 단독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 #전관예우·아들 채용의혹 해소 안 돼

앞서 지난달 26일 법사위가 청문회를 열었지만 질의 내용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말다툼으로 파행하다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청문회 재개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청문 보고서 합의 채택을 요구하며 대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요청한 청문 보고서 재송부 시한이던 어제 민주당이 법사위를 열어 3분 만에 처리했다.

김 총장 임명 과정을 보면 여당과 청와대가 마치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누차 지적했듯이 이번 인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던 만큼 임명 강행은 민의에 반하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보여준 처신은 낯뜨거웠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부분의 의혹이 잘 해명된 것 같다”고 억지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증인과 참고인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 부실 청문회에서 김 총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 검증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청문회에서 그가 서울북부지검장이던 2017년 8월, 아들이 국책연구기관인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시점에 송 대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하며 두둔한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일 뿐이다. ‘조국 일가 입시 비리’ 사건으로 입시와 취업 불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들끓는 분노를 고려한다면 자제해야 할 발언이었다.

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시절 수사 보고받던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 대해 퇴임 이후 관련자들의 변호인을 맡아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전관 특혜 의혹도 청문회에서 납득할 만큼 해명하지 못했다. 이런 김 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이 관련 사건 처리를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당은 검찰 총장 공백이 길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강행 처리했다지만, 이 또한 공감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총장 공백기보다 앞으로 검찰권 파행이 더 우려된다는 불만이 있다. 무엇보다 김 총장 임명 카드는 ‘검찰 개혁 마무리 투수’라는 명분을 앞세워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막으려는 ‘큰 그림’이라는 의심도 사고 있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김오수 검찰총장’ 진용을 보면 임기 말 권력 비리 수사 의지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이어 대통령이 재가함에 따라 김 총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33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하지만 거대 여당의 야당 패싱으로 협치도, 탕평도 실종됐다. 청와대 인사수석의 부실 검증에 이어 여당의 일방적 청문 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