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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맞은 30대 남성, 국내 첫 희귀혈전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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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인 희귀 혈전증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4월 말 AZ 백신을 접종한 30대 남성이다. 국내에서 그간 접종 후 혈전이 확인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방역 당국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으로 인정하고, 백신을 원인으로 결론 내린 건 처음이다. 당국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접종 후 최대 4주까지는 두통과 복통 등 이상 증상을 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접종 12일 뒤 두통, 경련 이어져 #입원 중…건강엔 큰 문제 없는 상황 #당국 “접종 뒤 최대 4주 상태 체크를”

31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첫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는 취약시설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남성에게서 확인됐다. 이 남성은 4월 27일 AZ 백신을 접종했는데 첫 이상 증상은 12일이 지난 5월 9일 나타났다. 심한 두통이 있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는데도 호전되지 않았고 사흘 뒤부터는 경련까지 동반돼 입원했다. 입원 후 진행한 검사에서 의료진은 뇌정맥혈전증과 뇌출혈, 뇌전증을 진단했다. 5월 27일 의료기관이 당국에 신고했고, 추진단이 30일 혈액응고장애자문단 회의를 열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희귀 부위라고 하는 뇌정맥동에 혈전이 생겼고 혈소판 숫자가 15만개 이하로 감소해 임상적인 기준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추가로 이날 혈소판 인자에 대한 항체 검사에서도 최종 양성으로 확인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로 확정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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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단은 의료진이 접종 이력을 고려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의심했고 당국이 안내한 대응지침대로 초기에 헤파린이 아닌 다른 항응고제로 치료한 결과 해당 남성의 건강에 현재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헤파린은 항응고제의 일종으로 통상 혈전 치료에 쓰인다. 그런데 AZ 접종 후 나타난 희귀 혈전에 쓰면 증세가 악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치료지침에서 헤파린 사용이나 혈소판 수혈을 금지한다. 대신 경구용 항응고제(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를 투여하고 중증일 경우 정맥 내 면역글로블린 주사치료를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추진단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다면서 최대 4주까지 이상 증상을 살핀 뒤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발생이 굉장히 드물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접종으로 인한 위험보다는 이득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았다면 직계가족 모임 때 인원 제한에서 제외된다. 현재 직계가족 모임은 8명까지만 가능하다. 고령자의 경우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으면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 이용이 수월해지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환자, 면회객 가운데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 면회도 가능해진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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