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후임에…"당신이 검사냐" 항명받던 심재철 거론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16:23

업데이트 2021.05.30 17:26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다음 달 초 대대적인 물갈이 간부 인사를 예고한 것을 놓고 법조계에서 “청와대를 겨눈 검사들은 좌천시키고, 호위 무사 노릇을 할 검사들만 요직에 앉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친(親)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청와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이번 인사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수사받을 사람이 검찰 인사 판을 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김관정 거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서 당시 심재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대변인이 첫 출근하는 추미애 후보자를 안내하는 모습.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서 당시 심재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대변인이 첫 출근하는 추미애 후보자를 안내하는 모습. [뉴스1]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직제 개편에 따른 ‘맞춤 인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최대 지검이자 가장 민감한 사건이 몰려있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심재철 지검장 등이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력통’으로 분류되는 심 지검장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1인 5역’을 하며 징계를 주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는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에 있으면서 홀로 ‘무혐의’를 주장했다. 이에 후배 검사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라는 항명을 받기도 했다. 한 부장검사는 “심 지검장이 중앙지검을 맡아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 사건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고 했다.

김관정 지검장도 차기 서울지검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는 추 전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검 형사부장 신분으로 윤 전 총장 징계를 주장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내기도 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좌천성 영전’에 해당하는 고검장급 법무연수원장 자리로의 이동이 거론된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만큼 더 이상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기는 쉽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靑 마지막 개편 때도 남은 이광철, 檢 인사 흔든다

이번 인사에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는 지난 28일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인사에서 유임됐다. 이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017년 5월부터 청와대에서 일했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데 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에서도 수사를 받았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수사팀이 이미 대검찰청에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보고했다.

‘친 조국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비서관은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로 막을 내렸던 ‘검찰 인사 패싱’ 파동 때 민정수석을 빼놓고 박 장관 등과 직통으로 인사를 논의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한 검찰 간부는 “기소 되어야 할 사람이 검찰 인사 판을 뒤흔들고 있다”며 “이 비서관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말 안 듣는 고검장, 나가라”

박 장관이 “(검사장급은) 인사 적체”라며 고검장을 고검 차장이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에 배치하는 ‘강등 인사’를 예고한 데 대해 “말 안 듣고 할 말 하는 고검장들에 대해 ‘나가라’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국 고검장 회의에 고검장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근 사직한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뉴시스

전국 고검장 회의에 고검장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근 사직한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뉴시스

전국 고검장들이 검찰의 위기 때마다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해왔다는 측면에서다. 앞서 고검장들은 추 장관의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명령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판단을 재고해달라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윤 전 총장의 사퇴 뒤에는 회의를 열고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고검장들이 참여한 회의에서 무혐의 처분하기로 뜻이 모아졌다.

한 검찰 간부는 “말 잘 듣는 검사들을 승진시키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하니 대놓고 ‘강등 인사’를 예고해 고검장들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을 정권 영향력 아래 묶어두기 위해 외풍을 막아주는 원로들을 쫓아낸다”며 “이럴수록 간부들이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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