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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조 vs 55만명 성과 때릴때, 전문가는 '안미경미'에 놀랐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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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외교안보팀장의 픽 : 안미경미(安美經美)

외교가에는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속설이 있다. 정상회담을 아예 안 한다면 모를까, 하는 이상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속뜻이 깔린 말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 뒤 양국 당국자들의 평가도 그랬다. 하지만 주고받기가 기본인 외교에서 모두가 ‘해피 엔딩’이란 사실 쉽지 않다. “최고의 회담”이라는 문 대통령의 자평 뒤에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선 이번 방미 성과를 ‘44조원 대 55만명’이란 식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기업의 44조원대 대미 투자라는 큰 선물을 미국에 줬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은 고작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이 전부라는 데서 나오는 자조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온전한 손익계산표라 할 수 없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전략적 무게추 이동은 지금 당장은 평가할 수 없는 미래의 손익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10명에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0~10점 척도로 요청한 결과 평균 점수는 7.85점이었다. 합격점의 배경은 손상된 한ㆍ미 동맹을 복원했다는 의미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한국의 외교 기조가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안미경미(安美經美)로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이 이제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을 중심에 두는 것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이 예민해하는 사안에 대해 한ㆍ미가 입장을 함께 한다고 밝히고, 미ㆍ중이 첨예하게 맞붙는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에서 한ㆍ미가 포괄적 파트너십을 선언하는 등 전략적 모호성에 집착하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 변화가 그만큼 놀라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불과 두달 전 열린 한ㆍ미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 결과와 비교해도 정부의 입장 변동 폭은 매우 크다. 당시엔 한국이 불편해하는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협의체나 중국 관련 문제를 빼는 대신, 미국이 신중해 하는 전향적 대북 관여 입장도 빼는 ‘마이너스의 공동성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쪽 모두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서로 원하는 내용을 넣는 ‘플러스의 공동성명’이 나왔다.

문재인·바이든 대통령 주요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바이든 대통령 주요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진정한 손익계산서는 정부의 ‘안미경미’ 선택이 가져올 여러 파급효과와 연결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평가하는 정상회담의 성과는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지지를 폭넓게 확보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동력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다면 ‘차이나 리스크’ 등 다른 위험은 관리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건 차기 대선 전까지 남은 임기 약 10개월만 놓고 보는 성과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기 말의 문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을지, 중국의 반발이 어느 정도 수위로 나올지 등이 관건이다.

미국으로선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ㆍ중 사이에 줄타기하던 한국을 미국 쪽으로 한껏 끌어당긴 게 성과다. 이건 지금 당장이 아니라 연임까지 8년을 놓고 봤을 때 그렇다. 한국이 다시 줄타기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정상 간 합의물인 공동성명을 근거로 다시 한국을 끌어당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한판 싸움을 앞두고 기껏 확보한 우군을 호락호락 보내줄 리가 없다.

이처럼 ‘10개월 대 8년’을 놓고 봤을 때 결과적으로 누가 승자였는지 알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평화 대통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열망이 앞설지, 79세 외교 전문가 바이든 대통령의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오랜 경험이나 연륜에서 나오는 노련미 등을 뜻하는 속된 말)’가 더 빛을 발할지의 싸움이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정말 고민해야 하는 건 이런 환경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부의 성과는 한ㆍ미 동맹 강화를 통해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보다 확대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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