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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금융위서 감독…내년부터 소득 20% 과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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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01면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감독할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로 정하고, 본격적인 관리·감독에 나선다. 암호화폐 시세 차익 에 대한 과세(세율 20%)는 예정대로 내년 1월 양도분부터 적용한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깜깜이 상장’ 등 불량 코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빠져 반쪽짜리란 평가가 나온다.

불량 코인 내용 빠진 ‘반쪽’ 대책

정부 대책의 기본 방향은 암호화폐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지만, 정부가 사기 등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암호화폐 관리·감독을 금융위원회가 맡는다. 금융위에는 관련 기구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한다. 다만 암호화폐 관련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나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다. 또 암호화폐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 역할은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맡기로 했다.

암호화폐 관리 방안의 핵심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암호화폐 거래소 감독 강화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춰 9월 24일까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조기 신고 거래소 위주로 시장을 재편할 계획이다. 투자자를 정보보호 체계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갖춘 그나마 ‘믿을만한’ 거래소로 유인해 사기 등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26일 “9월까지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투자자의 투자금은 자연스럽게 보호가 된다”고 말했다.

거래소 자체 발행 암호화폐 직접 상장 매매는 금지

거래소 신고가 마무리되면 관리·감독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고객 예치금 횡령 위험을 막기 위해 거래소 자체 자금과 고객 예치금을 분리하는 등 특금법에 규정된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살피고, 위반 땐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영업 정지 등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직접 상장해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거래소 임직원의 경우에도 해당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체 발행 코인의 자전거래를 통해 시세를 올리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해외 거래소가 자체 발행 코인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만 이를 금지할 경우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에서 발생한 250만원을 초과한 소득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매긴다. 내년도 분에 대한 세금은 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신고·납부하게 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정부가 투자자 보호 등은 외면하며, 과세만 추진한다고 비판해왔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 간 형평성, 주요국의 과세 동향을 고려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깜깜이 상장’이나 허위 공시 등 불량 코인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코인 상장과 공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이 각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인 상장 후 상장심사의 핵심 요소인 사업계획서(백서)를 수정하거나 투자 유치 등 허위 공시를 통해 시세를 띄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거부로 인한 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이번 대책은 특금법 상 규정에 있는 것을 확인한 것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보인다”며 “거래소 내에서 이뤄지는 상장이나 공시 등 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이 빠진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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