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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도토리 대체 암호화폐 개발로 재도약 노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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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15면

7월 ‘싸이월드’ 재개장

스마트폰 대중화 이전인 2000년대를 풍미했던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돌아온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국내 SNS 시장에 과거처럼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을 모은다. 싸이월드 운영권을 보유한 싸이월드제트는 25일 과거 싸이월드에서 쓰던 자체 화폐 ‘도토리’의 환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한 개 이상 보유한 회원 수는 약 276만 명. 도토리 잔액은 38억5000만원가량이다.

사진 180억 장 복구, 도토리 환불 #AR·VR 접목 메타버스 요소 강화 #옛 명성 되찾을수 있을지 미지수 #“일회성 추억 팔이 넘어야 승산”

2009년 회원 수 3200만 명 ‘토종 SNS’

도토리는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 스킨이나 배경음악 등을 구매할 때 현금 대신 쓰였다. 명칭이 친근하고 소액으로 재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친구·지인끼리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도 많았다. 전성기엔 하루 3억원어치씩 팔리며 싸이월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싸이월드가 2019년 10월 경영난으로 폐업하고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면서 도토리도 증발해 이용자들을 당혹케 했다. 싸이월드제트는 오는 7월 싸이월드의 정식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이번 도토리 환불은 기존 이용자들에게 인사하고, 새 단장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차원에서 홍보 효과도 크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999년 8월 스타트업으로 설립돼 동명의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SNS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 온라인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해 SNS의 효시(嚆矢)로 꼽힌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현실 같은 가상공간 ‘메타버스’를 연상케 하는 독창적인 서비스로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초 가상자산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불러일으키는 도토리 외에 이용자가 취향대로 꾸며 온라인의 또 다른 나인 ‘부캐’(부캐릭터)로 쓸 수 있는 아바타 ‘미니미’, 내 방처럼 꾸밀 수 있는 가상공간 ‘미니룸’, 친구·지인끼리 서로 미니홈피를 이웃집처럼 드나들어 사진이나 글 등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일촌 맺기’와 ‘파도타기’ 등의 전에 없던 아기자기한 서비스로 인기를 모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2000년대 초반에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한한 적이 있을 정도다.

싸이월드는 2003년 8월 대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수로 날개를 달았지만, 이후 기대만큼 오래 날지는 못했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 등 후발주자에 밀린 탓도 있지만, 기존 인기 요소에 안주해 시장의 새로운 니즈 파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싸이월드의 일촌 개념은 폐쇄적인 인맥 관리만 가능해 스마트폰 등장 이후 두드러진 개방형 플랫폼의 광범위한 인기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도토리 위주의 수익원도 온라인 광고 수익원을 확장성 있게 구축한 페이스북 등과 달리 빠른 한계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와 함께 모바일엔 친화적이지 않은 미니홈피 중심의 유저인터페이스(UI)도 이용자를 불편하게 했다. 2009년 3200만 명이었던 가입 회원 수는 폐업 시점인 2019년엔 3분의 1 수준인 1100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017년 이후엔 임직원의 임금 체불과 서버 유지 실패에 따른 이용자 데이터 증발 등의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싸이월드의 부활은 싸이월드를 아직 가능성이 남은 SNS 플랫폼이라고 본 코스닥 상장사 인트로메딕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싸이월드제트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권을 가져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싸이월드제트는 기존 회원들의 추억이 담긴 싸이월드 내의 사진 180억 장, 영상 1억5000만 개를 모두 복구하는 등 7월 서비스 재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재개장하는 싸이월드는 3차원(3D) 미니룸과 미니미 등 최근의 메타버스 열풍에 발맞춘 요소로 재도약을 노릴 전망이다. 최광진 에프엑스기어(신규 싸이월드 개발사) 대표는 “3D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메타버스를 구축함으로써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폭발력 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페북 창업자도 벤치마킹

글로벌 SNS 외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공룡이 가세해 진입장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국내 SNS 시장에서 싸이월드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선 싸이월드제트가 도토리를 대체할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개발과 상장 계획을 발표한 데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수익원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확보하고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 콘텐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암호화폐 열풍에 편승해 상장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싸이월드를 암호화폐 사업을 위한 구색 맞추기 용도로만 써서 이용자들을 또 한 번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행에 민감한 SNS는 이용자가 이탈하면 다시 끌어오기가 상당히 힘든 분야”라며 “일회성 추억 팔이 외에 소비자들이 계속 만족할 만한 다양한 콘텐트로 승부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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