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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팬 “날 때부터 토트넘 사랑, 축구는 가족의 중대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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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27면

[런던 아이] 축구의 나라 영국

지난 19일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홈구장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토트넘을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홈구장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토트넘을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밀리오 가스킨은 평생을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FC 팬으로 살아왔다. 그는 축구를 사랑하며 토트넘과 손흥민의 열렬한 팬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지난 23일(현지시간) 힘든 한 해를 보낸 토트넘은 리그 7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에밀리오와 토트넘 팬들에게 이번 시즌 후반기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토트넘에 대한 이들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펍·바·식당서 생중계 시청 #친구와 만남 등 사교활동의 중심 #‘플러터’라는 가벼운 내기도 즐겨 #과거 노동자 계급 스포츠 #첼시 등 대개 극빈층 지역에 설립 #가난한 주민들 여가 즐기게 배려 #잉글랜드에만 7000개 팀 #“축구만큼 대본 없는 드라마 없다” #EPL 홈페이지서 판타지 게임도

크리켓·골프·테니스·탁구도 영국서 생겨

손흥민은 2020~2021 시즌 51 경기에서 22골 17도움을 올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과 최다 도움도 갈아치웠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2020~2021 시즌 51 경기에서 22골 17도움을 올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과 최다 도움도 갈아치웠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인에게 축구는 친구와 가족을 하나 되게 만드는 삶의 한 방식이다. 거의 종교에 가까울 정도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팬이 될 팀을 결정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팬이 될 팀이 정해진다. 에밀리오 역시 어느 날 갑자기 토트넘 팬이 되고 싶다고 결심하지 않았다. 토트넘 팬인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에밀리오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은 그의 외모, 이름 그리고 팬이 될 팀 이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에밀리오는 “가족 모두에게 토트넘에 대한 사랑이 면면히 흐르고 있어요. 축구는 상황에 따라 진정한 기쁨일 수도 있고 그의 반대일 수도 있지만, 항상 가족의 중대사예요” 라고 말했다.

에밀리오뿐만 아니다. 수백만 명의 영국인에게 축구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주말에는 펍에서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에는 지역 리그에서 경기를 하며, 시즌마다 판타지 풋볼(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팬들이 구단 운영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게임)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비록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축구를 피할 수는 없다. 영국의 모든 펍과 바, 많은 식당의 TV에서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보통 축구 경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축구 팬이 아닌 사람들도 축구를 좋아하는 부모나 형제, 이웃들이 응원하는 팀을 함께 응원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축구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영국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라다. 아마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세계적으로 스포츠에 큰 영향을 끼친 나라일 것이다. 축구·크리켓·럭비·골프·테니스·탁구·컬링·하키는 모두 영국에서 생겨났다. 어떤 이들은 야구와 농구도 영국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9년 10월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홈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토트넘 팬 에밀리오 가스킨. [사진 에밀리오 가스킨]

2019년 10월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홈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토트넘 팬 에밀리오 가스킨. [사진 에밀리오 가스킨]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축구 팀 중 대부분은 1800년대 후반에 창단됐다. 187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880년 맨체스터 시티, 1882년 토트넘, 1886년 아스널, 1892년 리버풀, 1905년 첼시가 창단됐다. 가장 오래된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1874년에 창단된 아스톤 빌라다.

과거에 축구는 노동자 계급의 스포츠였다. 당시 영국은 매우 분열된 사회였다. 가장 인기 있던 스포츠 세 가지는 럭비와 크리켓, 축구였는데 럭비와 크리켓은 중상류층의 스포츠에 속했고, 축구는 노동자 계급의 스포츠였다. 축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된 건 노동자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축구의 기원은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 적어도 800년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골 마을 사람들은 부풀린 돼지의 방광을 공으로 사용하여 게임을 했다. 주로 노동자 계급의 스포츠였지만 축구 규칙이 기록되기 시작한 건 1800년대 사립학교와 대학에서였다.

오늘날 가장 큰 구단 중 많은 수가 교회의 지원을 받아 지역 어린이단체들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여럿이 함께하는 조직된 스포츠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토트넘은 지역 교회의 후원을 받은 어린이단체가 설립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교회에서 설립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은 회사 직원들에게 업무 외에 건강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 모든 팀은 극빈층 지역에 설립됐다. 가난한 동네의 주민들은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축구는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축구가 그 지역 사회를 대표하게 되면서, 또 다른 지역과 경쟁하게 되면서 각 축구팀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런던에는 12개의 축구팀이 있는데, 프리미어리그 6개, 하부리그 6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지역 간 경계는 명확하다. 런던에서 태어나면 어느 팀 지역에 살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축구는 극소수의 부유층에 의해 좌우되는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매 시즌 엄청난 돈이 오가는데, 토트넘의 스타 플레이어인 가레스 베일은 연간 3100만 파운드(약 50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토트넘 전 감독 무리뉴는 1500만 파운드의 연봉을 받았다.

올 시즌 토트넘 경기 입장권 가격은 성인의 경우 최저 60파운드부터 시작된다. 상당한 가격이라 직접 경기장에 가는 건 부담이다. 하지만 축구 경기의 인기는 여전하다. TV로 친구, 가족과 함께, 또는 지역 술집에서 축구 경기를 함께 보면서 공동체임을 느낀다.

학교 교사이자 열렬한 축구 팬인 알렉스(Alex)는 “축구는 영국에서 가장 사교적인 활동입니다. 축구를 관람하는 것만큼 축구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은 즐겁습니다”라고 말했다.

알렉스와 그의 친구들에게 축구의 매력은 단지 경기를 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판타지 리그에서 경쟁하고, 그들 자신의 온라인 선수 팀을 만들고, 그 선수들이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점수를 얻기도 한다.

토트넘 베일, 연간 3100만 파운드 수입

지난주 판타지 프리미어리그 시즌도 함께 끝났다. 7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타지 축구를 하며 매주 몇 시간씩 선수들의 통계를 분석하고 다음 주에 누가 잘할지 예측했다. 알렉스는 친구들과의 판타지 축구에서 2등을 했지만, 내년에는 1등을 희망하고 있다.

축구는 영국의 내기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 주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누가 이길지, 누가 득점할지에 대해 작은 내기를 건다. 대부분 적은 돈을 걸고 하는 재미로 하는 내기다. 이런 작은 내기는 축구를 보는 재미의 일부일 뿐이다. 영국 영어에서는 이것을 플러터(flutter)라고 부른다.

평생 에버튼의 팬인 벤은 “가끔 플러터하는 것은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플러터는 축구의 묘미에요. 지난주 팀이 아무리 형편없었더라도 이번에는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항상 믿죠.”

축구는 영국에서 가장 흔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잉글랜드에만 12개 레벨에 140개 축구리그가 있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 리그원, 리그투, 내셔널리그는 상위 5개 티어를 구성한다. 잉글랜드에는 약 7000개의 축구 팀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별도 리그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의 리그는 그 자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축구팀은 어떤 사회에서든 스포츠가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야구가 제공하는 공동체 의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2만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신나는 경험을 제공한다. 7000개의 팀을 거느린 영국 축구는 영국인들에게 이런 경험을 선물한다.

한국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K리그 유나이티드’의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 토드 와일드는 이렇게 말한다. “축구만큼 대본이 없는 드라마는 없습니다. 저는 한 시즌에 걸쳐 전개되는 예측 불가능하고,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축구의 스토리들을 좋아합니다. 국적과 지역 스포츠 문화에 상관없이 이러한 느낌은 어디에서나 같죠.”

※번역: 유진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짐 불리(Jim Bulley)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때 영국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왔고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스포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KBS월드, TBS(교통방송), 아리랑TV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및 패널로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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