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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자연·미술 품은 힐링 거실, 작아도 좋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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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19면

2021 서울리빙디자인페어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디자인하우스가 주최하는 제26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열린다. 2019년 자체 최다 관람객(28만 6000여 명)을 기록하며 ‘국내 라이프 스타일 전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행사인 만큼 올해도 ‘집’의 개념을 새롭게 제안하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서 내일까지 #편안한 빛 연출, 타임리스 디자인 #집을 오피스·문화 공간처럼 꾸며 #다기·함·잔 등 통해 소소한 행복 #빈티지 가구 공간에선 힐링 제공

올해의 핵심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일상과 집의 역할’이다.

1년 6개월 넘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동시에 스포츠·레저·문화 등 모든 야외 활동은 축소됐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게 된 사람들의 일상 패턴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삶의 기본을 꾸려나가는 기본 단위 공간인 ‘집’ 또한 사무실·스포츠센터·문화·휴식 공간 기능을 겸비한 복합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대한민국 아파트의 평균 규모는 66~99㎡(20~30평). 누군가에게는 좁고 누군가에게는 넓은 이 공간을 복합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공간으로 어떻게 꾸밀지가 리빙 업계의 숙제로 떠올랐다.

소박하지만 기능적인 ‘집’ 제안

북유럽 가구 수입사 ‘덴스크’ 김효진 대표가 제안한 ‘레이어드 홈’. 코로나 이후 달라진 ‘집’의 역할과 작지만 다양한 기능이 겸비된 공간 사례를 보여줬다. [사진 디자인하우스]

북유럽 가구 수입사 ‘덴스크’ 김효진 대표가 제안한 ‘레이어드 홈’. 코로나 이후 달라진 ‘집’의 역할과 작지만 다양한 기능이 겸비된 공간 사례를 보여줬다. [사진 디자인하우스]

행사의 하이라이트 전시인 ‘디자이너스 초이스’에 참여한 유화성씨와 김효진씨도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한 해의 주요 트렌드 키워드를 발견하고 리빙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는 기획 전시인 만큼, 두 사람은 물리적인 크기보다 작고 심플하지만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공간 개념을 제안했다.

북유럽 가구 수입사 ‘덴스크’ 김효진 대표. [사진 디자인하우스]

북유럽 가구 수입사 ‘덴스크’ 김효진 대표. [사진 디자인하우스]

스웨덴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조명브랜드 아고(AGO)를 이끌고 있는 유화성 디자이너는 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빅 게임’과 협업해 ‘일상적인 순간(Everyday Moments)’을 주제로 5개의 공간을 선보였다. 빅 게임이 그동안 디자인했던 가구·오브제와 아고의 조명을 이용해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업무를 보는 등 다양한 일상의 장면을 연출한 것. 이 공간의 특징은 주변의 화려하게 꾸며진 부스들과는 달리 아주 작고 단순하다는 점이다. 유 디자이너는 “소박하고 심플하지만 현실적인 일상 공간을 제안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조명 선택 노하우를 묻는 말에 유 디자이너는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되는 스웨덴에선 해를 거의 볼 수 없는 날이 많아 누구나 실내조명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다양한 조명을 많이 써보고 나와 내 공간에 맞는 조형적 디자인과 편안한 빛을 찾는 게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북유럽 가구와 조명을 수입하는 ‘덴스크’의 김효진 대표가 제안한 공간의 주제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다. 김 대표는 “한 공간에 여러 가지 기능을 겹겹이 갖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모델하우스처럼 보일까 봐 벽을 비롯해 모든 가구와 도구를 민트색으로 꾸민 공간의 크기는 16㎡(5평) 남짓한 거실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기존 풍경과는 아주 다르다. 김 대표는 “거실은 이제 더 이상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공간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용 오피스, 손님용 라운지, 가족용 식사 공간, 책을 보는 서재 등 다양한 역할을 겸하게 됐다”며 “66㎡(20평대) 아파트의 실제 거실 사이즈를 재현하고 공간이 작더라도 내가 원하는 모든 기능을 충분히 큐레이션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색과 힐링 공간을 제안한 ‘윤현상재’ 전시. [사진 디자인하우스]

사색과 힐링 공간을 제안한 ‘윤현상재’ 전시. [사진 디자인하우스]

김 대표는 또 개당 100만원이 넘는 의자들을 쓰레기처럼 겹겹이 쌓아 놓은 설치 작업을 통해 ‘소유와 책임’에 대한 가치 소비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제시했다. 그는 “의자 하나를 살 때도 예쁘게 잘 쓸 책임은 물론 버릴 때의 책임까지 여러 겹의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질리지 않아서 쉽게 버릴 수 없는 타임리스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환기·쿠사마 야요이 등 미술 감상도

아웃도어 가구를 실내에 들여 발랄한 공간을 꾸미는 게 요즘 리빙트렌드다. [사진 디자인하우스]

아웃도어 가구를 실내에 들여 발랄한 공간을 꾸미는 게 요즘 리빙트렌드다. [사진 디자인하우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이 짙어진 일상에서 힐링할 수 있는 방법들도 여럿 제안됐다.

수입 건축자재회사 ‘윤현상재’가 준비한 ‘공예가 있는 공간’이 대표적이다. ‘일상(日常), 위요감(圍繞感)’이란 이름의 전시는 사물과의 소통과 사색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했다. ‘위요감’이란 ‘무엇에 둘러싸여 느낄 수 있는 감각’이라는 뜻이다. 윤현정원·나의 소우주·친밀한 사물들·일상의 여백·적당한 거리·뜰이라는 제목이 각각 붙은 6개의 공간에는 다기·그릇·함·잔 등 다양한 공예품과 자연이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이 펼쳐졌다. 강석근 작가의 옻칠 그릇에 수련을 담아 만든 작은 실내 정원 등 손에 잡히는 작은 기물을 바라보고 손에 익히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여백을 즐길 수 있음을 알려준다.

국내 조명브랜드 ‘아고’를 이끄는 유화성 디자이너와 그가 스웨덴 디자인 스튜디오 ‘빅 게임’과 협업한 ‘일상적인 순간’ 전시. 단순한 일상 공간의 미학이 느껴진다. [사진 디자인하우스]

국내 조명브랜드 ‘아고’를 이끄는 유화성 디자이너와 그가 스웨덴 디자인 스튜디오 ‘빅 게임’과 협업한 ‘일상적인 순간’ 전시. 단순한 일상 공간의 미학이 느껴진다. [사진 디자인하우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예술이 있는 공간’을 제안했다. 6월 2~3일에 걸쳐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질 스페셜 경매를 위한 프리뷰 전시를 이번 페어에서 진행한 것.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로베르 콩바스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가나아트, 박여숙화랑 등 19개 갤러리가 참가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조명브랜드 ‘아고’를 이끄는 유화성 디자이너. [사진 디자인하우스]

국내 조명브랜드 ‘아고’를 이끄는 유화성 디자이너. [사진 디자인하우스]

오래된 빈티지 가구들을 통해 ‘시간으로 위로받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건축디자인 컴퍼니 ‘고약한 심보’가 준비한 ‘베르너 팬톤을 초상하다’ 전시에선 1967년부터 98년 사망 전까지 팬톤이 작업한 각종 의자·텍스타일·조명·오브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빈티지 가구들을 컬렉션하는 ‘비투프로젝트’ ‘이함 캠퍼스’ 부스에서도 피에르 잔느레의 가구, 베르나르-알뱅 그라의 조명 등 20세기를 풍미한 유명 디자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C홀에 마련된 ‘아르텍 세컨싸이클’과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 부스에선 알바 알토와 핀 율의 대표작인 스툴60, 펠리칸 체어 등을 직접 만져보고 앉아볼 수 있다.

‘나르디’ ‘콜로스’ ‘세그먼트’ 등이 선보인 ‘자연을 집으로 들인 공간’도 힐링 공간 꾸미기 아이디어로 활용할 만하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위축된 후 주목받는 리빙 트렌드가 바로 ‘인 앤 아웃도어’ 가구들을 활용한 공간 꾸미기다. 외부 환경에서 실용적인 아웃도어 가구들을 실내로 들여 캠핑 또는 소풍을 온 듯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꾸미는 방법이다.

서정민 기자/중앙컬쳐앤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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