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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도 ESG에 꽂혔다, 관련사업 2조 넘게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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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10대 증권사가 기업의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관련 사업에 투자한 금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는 지난달 말까지 2조2701억원을 ESG 관련 채권 등에 투자했다. 여기엔 증권사가 시중은행 등과 함께 발행한 채권도 포함했다.

삼성증권 8099억, 가장 적극적 #KB증권은 태양광발전에 650억 #국민연금, ESG 평가 세분화 계획

삼성증권은 8099억원(44건)으로 ESG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4894억원(50건), KB증권은 4729억원(38건)을 각각 투자했다. 증권사들의 ESG 투자 대상 중에는 한국남동발전의 녹색채권(3000억원)도 있었다. 남동발전은 증권사에서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에 활용할 계획이다. 대형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REC를 사들여 의무량을 충당해야 한다. 남동발전은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ESG 채권 형태로 조달했다.

증권사 ESG 투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권사 ESG 투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권사가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한 사례도 있다. KB증권은 650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전북 새만금 간척지 등 전국 아홉 곳에서 태양광 발전소 투자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폐기물·수처리 업체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기업들도 ESG 경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약 15%는 “투자자 관리를 위해 ESG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기업의 한 임원은 “ESG 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ESG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ESG 평가 항목(13개)과 평가 지표(52개)를 세분화할 계획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1일 ESG 플러스 포럼에 참석해 “(ESG 투자의) 방향과 대상, 원칙·전략, 기준과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규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선언으로 ESG 평가 지표의 표준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ESG는 기업 경영의 표준이고 성장과 생존 전략이 됐다”며 “ESG 채권 관리 등을 포함해 국회 차원에서 관련 법 제정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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