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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쇼크...남양유업, 결국 3100억원에 팔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남양유업이 사모펀드에 팔렸다.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한앤코)는 남양유업과 홍원식(71) 전 회장 지분 51.68%를 비롯한 홍씨 일가 지분 53.08%를 모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SPA)을 27일 체결했다. 인수가는 3107억원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4일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홍 전 회장의 부인과 동생, 손자도 지분을 각각 0.89%, 0.45%, 0.06%씩 갖고 있어 오너 일가의 실질적 지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남양유업은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고 홍두영 전 명예회장이 1964년 충남 천안에 남양유업을 세운 지 57년만의 일이다.

홍 전 회장 일가는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 17일 “현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 2명(홍 전 회장 모친과 아들 홍진석 전 상무)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이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홍 전 상무는 불가리스 사태 이후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빌려 타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 보직 해임됐다.

국내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로고. [사진 한앤컴퍼니]

국내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로고. [사진 한앤컴퍼니]

한앤코는 이미 식품 회사를 인수해 운영한 바 있다.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는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식품을 약 9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5년 만인 2018년 웅진식품 지분 74%가량을 대만 식품회사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엔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약 9900억원에 인수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 임원을 구성하는 제도다. 한앤코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스1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스1

남양유업은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에도 무차입 경영을 할 정도로 건실한 기업으로 유명했다. 2009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으로 ‘갑질 기업’ 낙인이 찍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대상이 됐다. 2014년부터 매일유업에 업계 1위를 내줬다. 그 과정에서도 오너 일가는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홍 전 회장은 2003년 천안 공장 리베이트 의혹으로 구속됐고, 2018년엔 차명주식 보유 혐의로 벌금 1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근의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에 치명타가 됐다. 지난달 13일 남양유업 측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재한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신종 플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연구 발표자가 다름아닌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상무)으로 드러났고, 직후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현재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 오너지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양유업 오너지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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